LA로 이륙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년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인지라 시간이 마치 플랭크 할 때 보다 더 느리게 흘러갔다.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수없이 봤다. 어쩜 이렇게 한국과 다른 모습일까, 날씨마저 낭만스럽게 보이는 그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 나에게 LA는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로 남아버렸다.
버킷리스트라고 꼭 거창하고 복잡할 필요 있나. 나는 버킷리스트만 30가지가 넘는다. 집 앞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영화 보기 같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한강뷰 아파트 사기 등 어려운 것까지 다 버킷리스트로 적어 둔다.
그중 하나가 바로 ‘LA 여행’이었는데, 늘 브이로그만 보다가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 통장잔고를 뒤로 한 채 항공권을 예매했다. 딱 마침 마음 맞는 친구가 한 명 있어 둘이서 LA로 여행한다. 하마터면 혼자서 갈 뻔했지만 다음번엔 혼자서도 와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다.
TMI를 뱉어보자면 나의 MBTI는 ‘ESFJ'다. 극 J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탓에 반년 전부터 LA에 대한 모든 것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7박 8일의 일정이 이렇게 모자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만들어 버렸지만 설레는 마음은 그 빡빡함을 뚫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여행의 묘미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라던대 틀린 말 하나 없다.
미국에 가게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할리우드에서 상영 중인 영화 관람하기, 미국 스포츠 문화(NBA, MLB, NFL) 경험하기, 미국 3대 햄버거(In N Out, Shake Shack, Five Guys) 맛보기 등 위시리스트가 너무 많다 보니 일정표가 어느새 가득 차버린 것이다. 미국에서 브런치 쓰기도 새롭게 추가된 위시리스트인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반복되는 일상 탓에 설레고 신나는 감정을 느낄 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함께 비 맞으며 축구만 해도 함박웃음이 나왔는데 요즘은 어깻죽지에 비를 살짝만 맞아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왜 이렇게 각박해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유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여유가 부족하니 사소한 일에도 기쁠 시간이 없는 게 아닐까? 다른 이들의 행복을 축하해 줄 여유가 없고 남들의 불행에 위안을 받게 되는 것처럼 세상이 변해가는 것 같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여유를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의 행복에 진심으로 축하해 줄 정도의 사람이 되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비록 내 통장잔고는 가벼워질지언정 내 마음은 여유로움으로 꽉 채워져 돌아왔으면 좋겠다. 독자분들도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세워보고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번 LA가 너무나 가슴 설렌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