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을 가리자
대학원은 다양한 기능을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아무래도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교에서는 입학처 주관으로 학생들을 뽑지만, 대학원은 조금 모양새가 다르다. 많은 경우 지도교수와 미리 연락을 해서 사전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 좋은 지도교수를 찾는 것도 힘들겠지만, 교수 입장에서 제대로 된 학생을 뽑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학생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학원에서는 연구를 하는데, 학부 성적과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연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서, 전적으로 성적만 믿을 수도 없다.
회사들은 이런 종류의 고민들을 일찍부터 했는데, 생각보다 능력보다는 태도나 인간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그룹에서 26년간 인사 업무를 한 [면접의 비밀]의 저자에 따르면, 면접 성적 상위 20퍼센트와 하위 20퍼센트 집단의 업무 성과를 살펴본 결과, 면접 성적과 업무 성과에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항공사 Southwest 역시 태도를 보고 채용하라. 스킬은 훈련시키면 된다("Hire for Attitude, Train for Skill")는 채용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브리지워터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 역시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서 맡게 될 첫 직책에 어울리는지만 평가하지 말고, 그 사람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평생 같이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평가하라'라고 조언했다.
그럼 태도만 보고 뽑으면 다 괜찮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어떤 과제의 경우에는 특수한 분야에서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론물리학을 전공하려면 온갖 수학 분야를 섭렵해야 하고, 요새 인기가 많은 AI 분야 역시 고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요구된다. 깊게 이해하지 못하면 석사 학위는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박사 학위는 어렵다. 어쩌면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가 더 문제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University of Innsbruck)의 Gregor Weihs 교수는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하지 마라("never hire just because you can")고 조언하기도 했다.
혹자는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경우에나 쓸만한 조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원자가 없는 경우에는 사람 가려가며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얼마 없더라도 최대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뽑으면 연구실 분위기가 엉망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