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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은 변한다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위하여

by 잔박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20여 년 전에는 일반인들에게 대학원이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대학원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어떻게 해야 대학원을 알차게 보내는지 조언해주는 책이나 영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드라마 카이스트(1999-2000)가 이공계 대학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빅뱅 이론(2007-2018)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작중에서 유명한 과학자, 공학자는 물론,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김은성 교수의 발표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현실을 모두 드러내지는 못하는 법이다. 가끔은 현실이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필자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으레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옳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필자도 대학원에 진학했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사실 별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 생활하면서 맨땅에 헤딩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졸업하고 나서 해외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했고, 운이 좋아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필자가 대학원 다녔을 때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어느 교수가 재떨이를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왔다. 그러다가 2011년 랩비 조성 문제가 언론에 크게 기사화되었고, 2017년에는 대학원생 노조가 생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박사넷이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져서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실 문화도 많이 선진화되어 교수가 학생들을 마음대로 대하는 경우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문제가 생기면 기사화되고, 문제가 고쳐진다.


한국의 대학원이 좋은 방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고, 관련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의 안 좋은 면만 부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에서 나왔던 내용인데, 대학원에 들어간 사람들은 그저 잘못된 판단을 한 것뿐이라는 농담이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교수에게 붙잡혀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농담도 많이 회자된다.


혹자는 대학원이 좋다는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나오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조금 다른 사례지만, 회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곳이므로 회사 생활이 즐겁다는 이야기보다는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겠나. 하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특히 초기 멤버들은, 희망을 품고 뛰어들지 않는가? 꿈과 희망이 있다면, 대학원도 더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그래서 대학원이 더 쿨하고 멋진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값어치가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간 날 때마다 대학원을 비롯한 아카데미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후학들이 대학원을 잘 이해하고 더 잘 준비한다면, 분명 대학원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 세대가 좀 더 대학원을 긍정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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