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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박 Jan 09. 2023

대학원은 대학과 다르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인턴을 해라

대학원에 가기로 마음먹은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이 학생은 어떤 것부터 고민해봐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지" 스스로 대답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답은 다양할 수 있다. 더 공부하고 싶어서, 연구해보고 싶어서 진학하는 학생이 있을 것이고, 취업이 안 돼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대학원 면접까지 다 보고 난 후 대기업에 취업이 되어서 진학하지 않은 사람을 보기도 했다. 어떤 대답이 나오든 간에 나름의 이유는 있어야 한다. 대학원은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취업이 안 돼서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석사를 2년 하고 다시 취업을 노려볼 수도 있겠다. 가급적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에 맞춰서 대학원 연구실을 골라야 할 것이다. 배터리 회사에 관심이 있다면 배터리 연구실을 고르고, 반도체 회사에 관심이 있다면 반도체 연구실을 고르는 식이다. 실험 연구실에 들어가면 장비 사용법을 배울 것이며, 이 경험들이 회사 취업에 도움이 된다. 반면 연구소 연구원이나 대학교수를 노린다면 석박사통합과정을 하거나, 석사를 하고 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경우 대학원에서 최소 5~6년을 보내야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면, 대학과 대학원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대체로 학생 자신만 생각하면 된다. 매 학기 등록금을 내고, 어떤 수업을 들을지 스스로 판단해서 듣는다. 계절 학기를 들어도 되지만, 대체로 듣지 않으므로 학기가 끝날 때마다 기숙사 방을 빼줘야 할 것이다. 동아리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그리고 졸업 요건을 맞추기만 한다면 졸업이 누구나 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학 생활에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대학원은 대학 생활과는 무척 다르다. 대학원에서도 수업을 듣지만, 대체로 연구실 생활이 가장 중요하므로, 위계가 있는 집단에서의 생활이 필수적이다. 대학교에 다닐 때도 지도교수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상담 실적을 채우거나, 사인을 받기 위해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 연구실에서는 지도교수"님"의 지도하에 국가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대학원생들은 과제의 참여연구원이 되어서 인건비를 지급받게 되므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의무가 있는 삶이 어른의 삶이고, 사회생활이다) 연구실마다 다르겠지만, 항상 출근해야 할 것이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할 것이며, 학회에 참석하거나, 가끔은 야근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실 동료가 사고를 쳐서 뒷수습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대학원 연구실이 중소기업과 비슷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공부와 연구는 무척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공부할 때는 교과서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면 된다. 다른 학생들이랑 같은 내용을 공부하므로 같이 고민해도 되고, 정 어려우면 과목 담당 교수에게 수업 시간에 물어봐도 되며, 인터넷을 잘 뒤져보면 해답을 찾기도 쉽다. 그러나 연구는 정답이 없으니까 하는 것이므로, 지도 교수도 해답을 잘 모를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답을 알면 그건 공부지, 연구가 아니다! 2년 만에 졸업해야 하는 석사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받은 경우가 거의 없지만, 4년의 박사 과정 학생들은 종종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똑똑한 학생들도 연구에 진척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글로만 배우는 것보다는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학원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학부 때 인턴을 꼭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학교에 따라서는 수업 시간에 연구실 경험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인턴을 하면 연구실 생활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고, 해당 연구실이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도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매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학부 인턴은 하겠다고 하고 금방 그만둬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어차피 대학 재학 기간에 추가로 해보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연구 분야가 눈에 들어온다면 지도교수를 바꿔도 되고, 교수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면 다른 대학원에 진학해도 되며, 연구가 정 마음에 안 든다면 대학원 진학을 아예 안 해도 된다. 인턴 경험을 통해 학회 발표나 논문에 저자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대학원 진학 및 연구실 지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대체로 어느 정도 인건비를 지급받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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