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에서 전자의 에너지는 불연속이다.
20세기 초, 보어(Bohr)라는 물리학자는 전자와 원자핵 사이의 거리는 특정한 값들만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전자와 원자핵 사이 거리가 특정한 값들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원자가 가지는 에너지 역시 연속적인 값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값을 갖게 된다. 이후 전자가 특정한 자리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 분포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식으로 보다 발전된 이론이 만들어졌다.
입자가 특정한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는 가설은 우리의 일상 경험과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빙 경기를 보면 다이빙대에서 떨어지면서 선수의 낙하 속력이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물체의 높이에 비례하는 위치 에너지(potential energy)가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로 변환된 것이다. 다이빙대의 높이를 연속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위치 에너지 역시 연속적으로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자 가설에 따르면,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눈치챌 수 없지만, 그래도 작은 간격이 있다. 비유를 들자면 일종의 계단이 있어서, 우리의 높이가 특정한 값만 가능하고, 따라서 위치 에너지도 특정한 값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의 높이에서는 불편하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양자 가설이라고 불리는 이 가설은 1900년 플랑크라는 물리학자가 물체가 내뿜는 열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하였다. 어떤 물체가 내뿜는 열에너지는 파장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은 양자 역학이 태동하기 전에 알고 있었고, 고온의 물체일수록 단파장의 빛을 더 많이 내뿜는다. 플랑크 이전의 방식으로는 파장이 짧은 영역을 설명할 수 없었고, 이를 자외선 파탄이라고 부른다. 플랑크는 양자 가설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나, 양자 가설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보어는 양자 가설을 원자에 적용함으로써 예전에 설명되지 못했던 여러 현상들을 기술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자 스펙트럼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보어의 이론에 따르면 전자의 에너지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주어진다.
식을 보면 에너지가 n이라는 변수로 기술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값을 주양자수(principal quantum number)라고 부르며, 전자가 차지할 수 있는 상태들, 즉, 에너지 준위들의 번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자의 경우 이런 상태를 오비탈(orbital)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전자의 주소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이 오비탈은 전자가 2개 채워질 수 있는데, 수소 원자는 전자가 하나만 있어서 오비탈을 절반만 채우게 된다. 에너지 단위인 eV는 1.602,176,634 곱하기 10의 마이너스 19 제곱 줄(Joule, J)에 해당한다. 1J이 대략 100g에 해당하는 물체를 1 m 들어 올리는데 필요한 힘인 점을 생각하면, eV의 단위가 얼마나 작은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사를 다닐 수 있듯이 전자 역시 움직여서 다른 주소를 가질 수 있는데, 이를 전이(transition)이라고 부른다. 기사를 보다 보면 기자들이 퀀텀점프(quantum jump)라는 말을 가끔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전이가 퀀텀점프에 해당한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는 n = 1인 상태에 있기를 선호하는데, 특정한 에너지의 빛을 흡수하게 되면 다른 상태로 퀀텀점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전자가 들뜬상태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수소 원자가 들뜬상태에서 보다 안정한 아래 상태로 전이하게 되면 그 에너지 차에 해당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빛이 나오게 된다.
방출되는 빛의 에너지는 처음과 나중 주양자수를 알면 구할 수 있다.
이 식은 이전까지 알려져 있던 수소 원자의 방출 스펙트럼을 잘 기술하였고, 보어 모형이 단순하지만 꽤 유용한 모형임을 잘 보여준다. 반대로 수소 원자가 빛을 흡수하여 낮은 에너지 준위에서 높은 에너지 준위로 전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