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묘화의 원리가 기본이다
디스플레이의 기본 개념을 접하기에 점묘화가 적합한 것 같다. 점묘화는 점을 찍어서 그리는 그림인데, 멀리서 보면 다른 그림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림 속 모든 것들이 점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빛을 내는 조그만 장치를 좌우 상하로 배열하고, 전기 신호를 통해 방출하는 빛을 조절하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중에서 판매되는 4K TV는 가로 3,840개, 세로 2,160개, 총 830만 개의 픽셀(화소)로 구성된다. 65인치로 가정하면 1 센티미터에 대략 30개 정도의 픽셀이 들어가는 것이다. 픽셀 사이의 거리를 픽셀피치(pixel pitch) 또는 도트 피치(dot pitch)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무조건 화면 크기가 큰 것을 살 게 아니라, 해상도가 높아 픽셀피치가 낮은 TV를 사야 할 수도 있다.
TV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LCD(Liquid Crystal Display)부터 다루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LCD는 자체발광할 수는 없고, 백라이트(BLU)로부터 빛을 받아야 작동할 수 있다. 초기에는 CCFL(Cold Cathode Fluorescence Lamp 냉음극형광램프)를 백라이트로 사용했으나, 요새는 LED를 쓰고 있다.
LED가 계속 나오게 되면 화면 전체가 단순히 백색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1) 빛을 가리거나 통과시키는 기능이 필요하고, (2) 특정 색깔만 통과시키는 기능이 필요하다. 첫 번째를 위해 우리는 편광판(polarizer)과 액정(liquid crystal)을 사용한다. 편광판은 일정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 특정한 방향의 빛만을 통과시키게 된다. 무늬가 수직인 두 편광판 사이에 액정을 두는데, 액정이 빛의 방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어떨 때는 액정이 빛의 방향을 돌아가게 만들며, 그 결과 빛이 두 번째 편광판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액정의 방향은 박막트랜지스터(thin film transistor, TFT)로 전압을 가해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통과한 빛에 색깔을 입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시점에서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셀로판을 떠올려보자. 백색광을 셀로판에 통과시키면 특정 파장만 통과했었다. LCD에서는 고상하게 말해 컬러필터(color filter)를 이용하여 RGB 색깔을 얻는다. 이 세 가지 색깔을 조합하여 픽셀마다 원하는 색을 구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