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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버러에어쇼: Day 2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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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은 것 같으면서 참 좁다. 나와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 앞으로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과 예상하지 못한 때와 장소에서 재회하곤 한다. 모든 만남에는 인연이 있고, 때로는 사소해 보였던 만남이 우리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자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또는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대하듯 소홀하게 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와 관련이 없어서, 아쉬울 게 없어서, 지금은 바빠서.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소중한 만남들을 낭비했을지도 모른다.


만남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쏟아 정성을 다하자. 사람의 마음은 거울과 같다. 내가 미소를 지을 때 상대방도 공감해 한마음이 되며, 내가 정성을 다해야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연다.


오늘의 작은 친절과 배려가 메아리처럼 내게 돌아올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인연을 소중히 대하자. 먼저 줘야 얻을 수 있는 게 세상의 이치, 오늘 다한 진심이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가 될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한 사람만 쫓아다니는 건 '구걸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전 세계 항공우주인이 모인 판버러에어쇼, 하지만 내게는 마치 동창회처럼 느껴졌다.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들.


휴대폰에 별명으로 저장했던 고객, 한때 내 새벽기도 제목이었던 동료, 아들의 한국어 공부를 도와준 게 인연이 된 주한 외교관, 회사가 망해 요리사로 제2의 삶을 살다 최근 업계로 컴백한 창업중독자(본인의 표현이다), 초면이었지만 두 시간 넘게 커리어 상담을 해줬던 재미교포 변호사, 자기가 NASA를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진득하게 참고 들어줬던 우주 매니아.


다들 상황과 입장이 바뀌어 이곳 판버러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오랜만에 재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남긴 마지막 표정 그대로 나를 쳐다봤다.


비대면의 세상? 딴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노땡큐다. 서로 이름을 잘못 기억하고 있을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반가움과 놀라움에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재회의 짜릿함은 판버러에어쇼 같은 현장 행사에서만 느낄 수 있다. 비즈니스, 그리고 우리 인생은 본질이 드라마다. 숫자만 가지고는 관계를 맺을 수 없고 - 설령 맺더라도 오래 가지 않는다.


결론: The show must go on


한가지 아쉬웠던 것, 긴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인 만큼 격조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자유분방한 우주와는 톤앤매너가 살짝 엇갈리는 느낌. (AI 프로필로 패스 발급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짤렸다, come on!). 2%의 아쉬움은 10월 IAC에서 풀 예정 -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우주 행사이며 올해는 이탈리아 밀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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