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들은 잘하고 있을까?
Jim Collins 교수가 쓴 ‘Built to Last: Successful Habits of Visionary Companies”라는 책이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월의 힘을 이겨내고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영원칙을 다룬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는데, 책의 세일즈 관점에선 잘 지은 제목이지만 저자의 의도가 100% 제대로 담겼다고 보긴 어렵다. (원서의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의 핵심 주제는 ‘지속가능’이다)
2004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딱 20년이 지났다. 여기서 궁금해진 것, 저자가 우수사례로 꼽은 18개의 기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아직도 그 생명력을 싱싱하게 유지하고 있을까?
▪3M: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엔 친환경이란 새로운 시대정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 보인다.
▪AMX: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길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고객이 고소득층 기반이기 때문에 경기 둔화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는 평
▪Boeing: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놓여 있다.
▪City Group: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지금도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 중 하나지만 과거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로 줄어든 상태
▪Ford: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기업. 지금은 현대차에 밀렸고 Top5도 장담을 못한다
▪GE: 자타공인 전 세계 최대, 최고, 최강을 자랑했던 GE. 지금은 항공, 에너지, 헬스케어만 남기고 쪼개졌다
▪HP: 실리콘벨리 1세대 기업, 2004년 당시만 해도 초일류기업의 대표사례로 많은 사람들이 HP를 꼽았다. 지금도 건재하지만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여 주기엔 조금 망설여진다.
▪IBM: 여전히 초거대기업이지만 더 이상 New Tech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
▪존슨 & 존슨: 다양한 제품 라인과 높은 신뢰도를 무기로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뭔가를 보여줄 거란 기대를 갖게 하는 기업은 아니다.
▪메리어트: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세계 최대 호텔라인으로 살아남았다.
▪(미국) 머크: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며 여전히 건재하다
▪모토롤라: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한 회사. 책이 나온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의 독보적 강자였다.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는 상황
▪노드스트롬: 백화점 라인이다.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수익성이 악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너 일가가 상장폐지를 추진할 거란 말이 심심할 때마다 들려온다.
▪필립 모리스: 시대가 흘러도 흡연의 중독성은 그대로인 것인가… 전자담배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앞서가고 있다
▪P&G: 혁신의 대명사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곳. 그때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지금도 ‘꾸준하게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사례 중 ‘싱싱한 지속력’에 가장 어울리는 곳일지도.
▪소니: 한때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다시 태어나는 수준의 변화를 거쳐 부활에 성공했다. 작년엔 반도체 불황을 틈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기도 했다.
▪월마트: 전 세계 매출 1위 타이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시대에 적응하는 동시에 자기들이 잘하는 오프라인의 강점을 차별화하는 노력도 병행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같이 ‘위대한 기업’으로 꼽혔던 곳들이지만 20년이 지나면서 그 운명도 천차만별로 갈렸다.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시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로지 이 원칙만이 영원한 것이다’는 말이 갈수록 더 실감이 가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