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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May 03. 2023

음식과 행복

뇌, 탄수화물, 지방

흔히 먹는 것을 보면 사람을 안다고 합니다. UN 역시 “We Are What We Eat”라는 슬로건을 갖고 전 세계적으로 식생활 관리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은 자동차에 필요한 기름과 같이 사람의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음식은 기름과는 달리 사람의 마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과연 음식과 행복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기분은 대부분 뇌의 반응이라 합니다. 뇌는 인간의 생존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생존에 필수적인 지방, 설탕, 소금 등을 섭취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성해서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지방, 설탕, 소금을 일종의 기쁨 전달자로 인식하고 이들을 함유한 식품을 탐하게 됩니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지방, 설탕을 각각 다른 음식을 통해 섭취합니다. 지방은 식물성이나 동물성 기름을 통해 섭취하고, 당분은 과일이나 곡물을 통해 섭취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지방과 설탕을 혼합한 가공식품을 만들었고 뇌는 이런 가공식품에 본능적으로 끌립니다. BBC의 한 프로그램에서 실험해 본 결과 지방과 설탕의 비율이 1:1에 근접할수록 사람들의 선호도는 커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때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음식을 위로 음식(Comfort Food)이라 하는데, 이는 대부분 개인의 과거 기억과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좋았던 순간에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을 때 과거의 기억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낍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위로 음식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도넛과 같은 달달한 음식이라 합니다. 남성의 경우 고기를 위로 음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들 음식의 영양정보를 찾아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넛 중에서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글레이즈드 도넛의 경우 도넛 1개에 지방과 설탕이 각각 7g과 8g씩 들어갑니다. 치즈 케이크 역시 1개에 지방 28g과 설탕 27g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방보다는 설탕의 함유가 다소 높지만, 일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경우 지방과 설탕의 비율이 거의 1:1에 가깝습니다. 양념치킨 역시 일부 제품은 지방과 설탕(당분)의 비율이 1:1이었습니다.       


식품제조업자가 뇌의 속성을 이미 잘 파악하고 제품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연치고는 절묘할 정도로 지방과 설탕 1:1 비율에 가깝게 만듭니다. 그런데 뇌를 자극하는 위로 음식은 영양의 관점에서는 절대 권할 식단이 아닙니다. 더욱이 인간의 뇌는 지방과 설탕이 과다하게 공급되면 우울증을 느낍니다. 헤어질 결심의 송서래는 매일 밤 위로식품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은 극단의 선택을 합니다. 만일 서래가 건강한 식단을 알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입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결국 어떤 삶을 선택할지 보여주는 한 장면입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담당합니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의 자극으로 생성됩니다. 그러므로 음식과 행복의 연결고리에서 중요한 역할은 트립토판이 수행합니다. 행복 전달물질 생성을 자극하는 트립토판은 우울증 극복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트립토판을 검색하면 우울증 극복을 위해 트립토판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많이 먹을 것을 권하는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트립토판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으면 더 행복해질까요?      


뜻밖에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트립토판을 가장 많이 함유했다고 알려진 칠면조 고기를 먹으면 고기에 포함된 단백질의 소화과정에서 20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혈관은 새롭게 만들어진 아미노산으로 가득 찹니다. 그런데 트립토판은 과잉으로 만들어진 아미노산 속에서 대부분 손실되어 뇌와 혈관 사이의 장벽을 넘지 못합니다. 반면,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경우 트립토판은 아미노산과 경쟁 없이 혈관과 뇌 사이의 장벽을 넘어 뇌에 쉽게 도달하여 세로토닌을 촉진시킵니다. 아이러니하게 트립토판을 다량으로 함유한 단백질보다는 소량을 함유한 탄수화물이 세로토닌 생성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한정식이나 중국집 코스요리를 먹을 때 맨 마지막으로 탄수화물 식품인 밥이나 면을 먹으면 뇌는 편안함을 느낄까요?


코스요리의 마지막인 탄수화물 음식을 먹기 전에 이미 우리는 이미 단백질을 포함한 음식을 잔뜩 먹은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트립토판의 뇌 도달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코스 요리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공깃밥과 찌게, 또는 짜장면 등 탄수화물은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한 채 칼로리 과잉만을 초래합니다.     

 

그러면 빈속에 먹는 밥, 빵, 국수와 같은 탄수화물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할까요?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경우 트립토판이 뇌에 쉽게 도달함으로써 기분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탄수화물은 혈당 수치를 높여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영양학의 관점에서 일부 과학자는 탄수화물을 뇌를 죽이는 조용한 살인자라고도 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시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할까요?

      

답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촉진을 도와 마음을 편안하게 할 뿐 아니라 체력 유지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탄수화물의 약점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탄수화물 중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복합탄수화물입니다. 백미보다는 현미를,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케이크보다는 고구마를 먹는 습관이 간단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인간의 뇌는 무게로 따지면 2% 정도인데, 대사 에너지의 20%를 사용합니다. 뇌에서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려면 비타민 B6, 철, 인, 칼슘 등 필수 영양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식단은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뇌는 60%가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뇌의 구조를 살펴보면 1,000억 개의 뇌 세포는 지방으로 구성된 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뇌 세포는 지방 막을 통해 독소를 제거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지방 막이 유연할수록 정보는 잘 전달될 것이고, 반대로 지방 막이 탁해지면 생각 과정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분도 나빠집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지방 섭취는 신체 및 뇌의 건강에도 중요합니다.      


인류는 오랜 기간 영양소 중에서 지방이 가장 부족한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뇌는 아직도 지방 결핍 시절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있어 지방에 맹목적으로 이끌립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인은 지방 결핍의 시기를 살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영양 관점에서도 유익한 지방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은 쉽게 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은 신선해야 합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식물성 지방으로는 올리브기름이 있고, 동물성 지방으로는 생선과 조개에 많이 포함된 오메가 3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뇌를 고려한 식단을 생각한다면 삼겹살이나 소고기 마블링과 같은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신선한 지방을 드실 것을 권합니다.     


음식과 행복 관련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는 않지만 중요 영양소인 단백질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단백질 하면 동물성 단백질을 주로 생각합니다. 특히 기운을 좀 쓰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에 대한 반론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유발하는 폐해에 대한 과학계의 지적이 늘어나면서 동물성 단백질 없이도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도 귀를 기울일만합니다. (이들 주장에 관심 있으신 분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The Game changers를 참고하세요)


음식과 행복 관련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탄수화물은 사람이 힘을  때 주된 에너지를 공급할  아니라 세레토닌을 촉진하는 트립토판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식단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 탄수화물 섭취는 흰쌀밥, 정제된 밀가루를 사용한 빵보다는 잡곡밥이나 가공하지 않은 다양한 곡물 형태로 드실 것을 권합니다.    

둘째, 신선한 지방을 자주 섭취하세요. 특히, 동물성 지방보다는 식물성 지방 또는 생선이나 어패류의 지방을 많이 드시는 게 중요합니다.      

셋째, 단백질 섭취를 동물성으로만 국한해서 생각하지 마세요. 식물성 단백질 역시 훌륭한 영양소를 공급합니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때 가능하면 햄버거,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가공식품은 피하세요.     

넷째, 아이스크림, 케이크, 튀김, 양념치킨 등 위로음식(comfort food)은 먹는 순간에는 기쁨을 주지만 이들을 과다하게 먹으면 우울해집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이런 음식은 간헐적으로 (어린이날과 같이) 특별한 날에만 드실 것을 권합니다.     


결론적으로 음식과 행복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식단은 동양에서는 다양한 제철 채소와 가공도가 낮은 곡물로 구성된 사찰음식, 서양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올리브기름, 견과류, 생선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 식단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라도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식단을 경험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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