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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3시간전

숫자로 본 포퓰리즘

포퓰리즘, 데이터, 서베이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합니다. 아직 미국 대선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인도, EU 등 도처에서 포퓰리스트 정당 및 정치인이 대중의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지난 글에서는 포퓰리즘을 정체성이라는 주관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포퓰리즘을 정량적 관점에서 다루고자 합니다.      

정량적 관점은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한편으로는 주요 학술지 논문을 중심으로 경제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포퓰리즘을 분석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들은 주로 자산의 가설을 계량 모형을 활용해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베이 관련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포퓰리즘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검토하려고 합니다. 서베이 데이터 중 2024년 2월 IPSOS가 발표한 포퓰리즘 보고서(Young 2024)는 한국을 포함한 28개 국가의 20,630명을 대상으로 2023년 11월~12월 기간에 조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우선 학술논문을 중심으로 포퓰리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포퓰리즘과 연관된 사건을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는 논문이 주를 이룹니다. 예를 들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어떤 지역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포퓰리즘 성향이 큰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중국 수입 상품 등으로 인해 일자리 상실의 충격이 큰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Autor et al (2017)의 분석에 따르면 만일 미국에서 중국 제품의 수입 침투율을 50% 줄일 수 있었다면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와 유사한 분석은 유럽 지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브렉시트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중국 수입품의 침투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브렉시트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orris and Inglehart 2019)     

포퓰리즘에 대한 실증분석은 정체성 또는 문화/역사적 관점에서도 수행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성향 분석을 통해 어떤 요인이 브렉시트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 결과 문화/역사적 요인(42%)이 경제적 요인(10%) 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브렉시트는 반자유주의적인 가치, 정치 불신, 민족주의 감정과 같은 문화/역사적 요인이 무역, 관세 등 경제적 요인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argalit 2019)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 역시 도덕적 가치가 경제적 요인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도덕적 가치란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정의, 인권, 공정성과 같은 보편주의적인 가치를 상징한다면, 공화당 지지자에게는 충성, 존경, 전통 등과 같은 지역주의 기반 가치를 의미합니다. (Enke et al. 2020)      

이같이 포퓰리즘 관련 실증분석 연구 논문을 정리하면 경제적 측면에서 포퓰리즘은 중국 수입 제품의 유입, 또는 이민과 같은 외부 위협과 긴밀하게 연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어떤 이유로 포퓰리즘 정당 또는 정책을 지지하는지 살펴보면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체성과 같은 문화/역사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사회적 자본은 사회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해 준다는 점에서 포퓰리즘과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을 활용한 연구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있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극우 또는 극좌 성향에 가까워지는지를 보여줍니다. Algan et al. (2017)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이 낮은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극우파를 지지하는 경향이 크고, 사회적 신뢰가 높은 빈곤층의 경우는 극좌를 지지하는 성향이 크다고 합니다. Algan et al. (2017)의 연구는 미국에서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계층 중에서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람은 메디케어에 회의적인 트럼프를 지지하는지 설명해 줍니다.      

포퓰리즘 관련 공통 현상의 하나는 다수의 유권자가 권위주의 모습을 지닌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불만이 클수록 강력한 지도자를 지지합니다. 심지어 일부 유권자는 규칙을 위반해서라도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합니다. 이런 심리의 바탕에는 자신은 소외당했고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시스템은 부서졌고 국가는 망해간다는 패배감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면 이하에서는 IPSOS의 서베이 결과를 중심으로 포퓰리즘 관련 인식을 살펴보겠습니다. 

IPSOS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추락하는 국가, 망가진 사회 시스템, 그리고 이민과 엘리트에 대한 불만이 포퓰리즘의 3가지 공통 영역이라고 합니다. IPSOS는 이들 3가지 영역에 대한 문항을 만들어 포퓰리즘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포퓰리즘의 토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래의 질문 중 5개(질문 3~7)를 묶어서 망가진 사회지수(Broken Society Index, BSI)를 개발했습니다.      

포퓰리즘 관련 국민 인식 수준을 살펴보기 전에 여러분은 아래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우리나라가 지금 추락하고 있다. (O, X)

2.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망가졌다. (O, X)

3. 경제가 부자와 권력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O, X)

4. 정당과 정치인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O, X)

5.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칙을 깨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O, X)

6. 강력한 지도자만이 부자와 권력자로부터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 (O, X)

7.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분야 엘리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O, X)

8. 우리 사회의 엘리트는 폐쇄된 그룹을 형성한다. (O, X)

9. 국가의 중요한 문제를 의회가 아니라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 (O, X)      


9개 질문에 대해 모두 ‘O’라고 응답하셨더라도 놀랄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여러분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9개 질문에 대한 28개 국가의 평균과 한국인의 응답률은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 1> 포퓰리즘 관련 질문에 동의 비율: 전체* 평균 vs 한국 (단위: %)       

*: 28개 국가 명단: Argentina, Australia, Belgium, Brazil, Canada, Chile, Colombia, France, Germany, Great Britain, Hungary, Indonesia, Italy, Japan,  Malaysia, Mexico, the Netherlands, Peru, Poland, Singapore, Spain, South Africa, South Korea, Sweden, Thailand, Turkey. Turkey, the U.S.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의 응답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의 질문 중 부정적인 응답률이 가장 높은 질문은 ‘경제가 부자와 권력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로 응답자의 2/3 가량이 경제 운영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했고, 한국의 응답자는 그 비율이 더 높아 3/4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지도자만이 부자와 권력자로부터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라는 질문에 대한 동의 비율이 48%로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한국의 응답자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망가졌다.’라는 질문에 대한 동의 비율이 42%로 가장 낮은 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망가진 사회지수(BSI)를 비교하면 전체 평균과 한국은 각각 60.8%, 66%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의 포퓰리즘 토양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더욱 비옥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포퓰리즘의 자양분을 없애는 노력이 매우 중요함을 알려줍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포퓰리즘에 대한 기초 연구 및 대응 방안 마련이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숫자로 본 포퓰리즘의 마지막 숫자는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포퓰리즘 연구 논문 숫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몇몇 싱크탱크는 국제적으로 높은 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빅브라더에 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한 포퓰리즘 연구는 0입니다. 이는 포퓰리즘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OECD, Brookings, CEPR, Bruegel 등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여줍니다.     

포퓰리즘은 특정 분야의 정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병폐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은 성장동력의 훼손과 더불어 사회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라를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의 포퓰리즘 토양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포퓰리즘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Algan, Yann, Sergei Guriev, Elias Papaioannou, and Evgenia Passari. (2017). “The

European Trust Crisis and the Rise of Populism.”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Autor, D, D Dorn, G Hanson and K Majlesi (2017), “Importing Political Polarization? The Electoral Consequences of Rising Trade Exposure”, MIT Working Paper.

Enke, Benjamin, Ricardo Rodr´ıguez-Padilla, and Florian Zimmermann. (2020). “Moral

Universalism and the Structure of Ideology.” NBER Working Paper No. 27511, Working

Paper Series

Margalit, Yotam. (2019), “Economic Insecurity and the Causes of Populism, Reconsidered.”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3 

Norris, P and R Inglehart (2019), Cultural Backlash: Trump, Brexit, and Authoritarian Populism, Cambridge University Press

Young Cliff (2024), Populism in 2024, IP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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