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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01. 2023

덴마크 이야기 1

복지국가, 신뢰, 건전 재정과 낮은 부채 비율

덴마크 하면 뭐 생각나는 게 있으신지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Lego 난감, 세계 최고 식당 하나로 알려진 Noma, 밍밍한 맥주 Carlsberg, 길거리에서 자전거 많이 타는 사람들, 바베트의 만찬과 Out of Africa  카렌 블릭센과 같은 작가, 매즈 미켈슨과 같은 유명 영화배우와 라스  트리에  유명 감독이 떠오릅니다. 이것 말고  뭐가  있나 생각해 보니 직업이 경제학자인 만큼 세계적인 해운회사인 머스크 (Maersk),   최고의 경쟁력을 누렸던 음향기기 Bang & Olufson, 우리나라도 많이 수입하는 돼지고기, 그리고 복지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높은 정부지출과 세금을 빼놓을  없네요.      

덴마크는 19세기 중반까지는 곡물 중심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국가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국토가 해안가에 있었으므로 일찍이 상업적으로 개방적인 나라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에서 값싼 곡물이 유럽 국가로 대량 수입되면서 덴마크의 농민은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그렇지만 덴마크의 농업은 곡물생산에서 낙농과 동물사육 중심으로 성공적인 업종 전환을 한 결과 오늘날까지도 축산 분야의 선도국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스웨덴, 노르웨이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복지국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복지국가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완전고용과 보편적 복지일 것입니다. 완전고용을 지향한다고 고용률이 100% 일 수는 없습니다. OECD 고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덴마크의 고용률은 75.5%로 (한국 66.5%) 비교적 높은 수준입니다. 덴마크의 노동시장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진입과 퇴출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노동시장의 쉬운 진입은 높은 고용률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관대한 실업수당과 실직자의 직업 교육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으므로 회사에서의 해고 역시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다소 의아스럽지만 철저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덴마크의 노동시장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유연합니다. 또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교육, 의료, 연금은 국가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말 부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입니다. 덴마크 국민은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더라도 그 세금이 결국 자신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얼마큼의 세금을 내는지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신뢰는 투명성과 함께 가는 현상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주말 도서관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덴마크 관련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발간된 책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권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관광 관련 책을 제외하면 덴마크 관련 책은 대부분 행복한 덴마크인에 대한 이야기와 교육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대부분 책은 덴마크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토대로 쓴 책이 아닌 필자 개인이 자기가 하고 싶은 내용을 덴마크에 얹어서 책을 쓴 공통점이 있습니다. 덴마크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쓴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 책은 논픽션보다는 픽션에 가까왔습니다. 심지어 어떤 책에서는 덴마크 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로 간주하면서 덴마크인이 행복한 것은 경쟁적 시장경제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덴마크와 관련해 이렇게 무지한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덴마크 관련 글을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덴마크는 경제활동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역할이 큰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덴마크의 부채비율이나 정부 재정은 우리나라보다 건전합니다. 2021년 기준 덴마크의 부채비율은 36.7%입니다. 그리고 정부재정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흑자재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덴마크의 경우 정부가 지출을 많이 하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 이전에는 부채비율이 40%가 안 되는 건전한 재정을 지닌 국가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부채비율을 꼭 40% 이내로 유지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묵묵 무답으로 답한 결과 지난 정부는 부채비율을 마음껏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36%이던 국가부채비율이 2021년 기준 46.9%로 수직 상승 했습니다. 만일 정부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으면 세금을 더 거두면 됩니다. 그래야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습니다. 정부가 선심성 지출을 하면서 추가적으로 세금을 거두지 않는 행위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질 나쁜 정치인이나 하는 행위입니다.         

덴마크에서는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가   없습니다. 덴마크에는 무책임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낮은 부채비율과 건전 재정을 유지할  있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신뢰가 중요합니다. 다수의 국민이  많은 정부 서비스를 원하면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불하면 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덴마크로부터 배울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덴마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은행 2021 기준 68,000달러로 미국과 같은 수준입니다. 한국은 35,000달러로 미국과 덴마크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런데 덴마크의 주당 노동시간은 37시간이고, 미국은 40시간입니다. 덴마크와 미국의 1인당 소득은 같은데 노동시간은 덴마크가 10%가량 짧은 편입니다.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부가가치입니다. 노동시간이 짧은 덴마크가 미국보다 생산성이 10%가량 높습니다. 그런데 덴마크인의 높은 생산성은 효율적인 경제 운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만일 덴마크 경제가 평등만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경제라면 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덴마크는 결코 사회주의 경제가 아닙니다. 덴마크는 시장경제가 매우  작동하는 나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덴마크는 높은 소득, 사회 이해집단 간의 타협적인 태도와 신뢰, 우수한 인적 자본 등을 갖췄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덴마크인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런 조건을 갖추게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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