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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이 Feb 03. 2024

시몬 로샤와 클레어 키건처럼, 자기증명은 우아하게!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녀들처럼 우아하고 쿨하게 자기증명 하는 법


삶은 자기 증명을 위한 투쟁이다. 곱게 싸우든 진창으로 싸우든, 내면으로 고민하든 외부 구조와 씨름하든, 형식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항상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투쟁한다. 이왕 해야 한다면, 시몬 로샤(Simone Rocha)와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처럼, 우아하고 쿨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자신만의 언어를 가질 것.


모든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자신만의 언어가 있다. 여기서 언어란 생각을 표현하는 말과 글, 즉 랭귀지를 뜻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이나 도구로서의 언어이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누군가는 드로잉으로 내 생각을 드러낸다. 요가나 베이킹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블록 만들기, 콜라주나 메이크업, 글쓰기나 춤이 나만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그 누구나 자신이 사용하기 편한, 그리고 탁월한 언어 하나쯤은 있다. 나만의 언어는 나만이 가지고 다룰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시몬 로샤에게 있어 그녀의 무기는 패션이다.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였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의 언어를 빨리 발견했다. 자신의 언어를 잘 정제하고 가다듬어온 그녀는 마침내 밀레니얼 세대와 GenZ를 비롯해 모든 여성들의 소녀 판타지를 자극하는, 하이퍼 페미니즘의 상징이 된 디자인들과 리본 디테일을 만들어냈다.


아일랜드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무기는 단연코 그녀의 글이다. 특이한 건 그녀가 드라마틱 하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은 매우 짧다. 대부분이 100 페이지도 되지 않고, 최근 나온 그녀의 소설 <So Late in the Day>는 겨우 40페이지 정도이다. 그 짧은 이야기들은 어떻게 그녀의 무기가 되는가? 그녀가 쓰는 단어들은 얼마 되지 않는 수이지만 그것들은 ’클레어 키건st 필터‘로 거르고 또 걸러내어 적재적소에 포지셔닝 시킨 표현들이다. 어찌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극적인 효과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가 압축 포장해 놓은 단어들은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 서서히 녹아 나가면서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는 동시에 첫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낭비하지 않는 능력.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펜을 휘두를 줄 아는 능력. 바로 그것이 그녀의 무기이자 언어이다.


COURTESY OF SIMONE ROCHA



자신만의 도구이자 무기가 되어줄 언어를 찾았다면?

둘째,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시몬 로샤는 그녀의 디자인을 통해 현대적 의미에서의 여성스러움(Femininity)을 재정의한다. 유치하거나 유별나게 느껴지던 리본 디테일은 시몬 로샤의 디자인에서 어쩐지 다른 차원으로 느껴진다. 여전히 소녀스럽지만 훨씬 더 시적이고 우아한 시몬 로샤만의 디테일들. 두 눈 아래서 길게 떨어져 흩날리는 빨간 리본은 단순한 디테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패션신에서 ’여성‘이란 코르셋을 입은 듯한 굴곡 있는 몸매를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여성의 자유‘란 굴곡 있는 몸매와는 반대로 남성복의 포인트를 채택한, 오버핏 재킷과 파워 숄더, 와이드 팬츠로 나타났지만 시몬 로샤는 이 흐름의 반대편에 서서 새로운 소재와 실루엣으로 그녀만의 여성스러움과 자유, 에너지와 힘을 전달하고 있다.


클레어 키건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다. <맡겨진 소녀>에서 가족 간의 사랑을, 그다음 작품인 <이토록 사소한 것들>에서는 사회적 재난과 이에 맞서는 인류애를 얘기한다. 가장 최근작인 <So Late in the Day>에서는 사랑의 관점을 남녀 사이의 관계에 맞추어 보여준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는 금요일 아침 주인공 Cathal이 직장에 출근하고, 동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일을 끝낸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의 프랑스어 버전 제목은 <Misogynie>. ‘여성 혐오’라는 점을 기억하길. 자신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달해 내는 클레어 키건이 이번 작품에서 사회에 만연해있는 남성들의 여성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 하나의 단어도 낭비하지 않고 모든 단어와 표현, 문장이 정확히 주제를 겨냥하도록 써 내려가는 클레어 키건처럼, 자신만의 메시지를 만들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 faber.uk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 ‘Do it Coolly’


자기 증명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증명하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도 안되고, 누군가를 비난해서도 안되고, 나 스스로 화르르 타버린 후 연소되어서도 안된다는 것. 즉, 자기 증명은 우아하고 쿨한 태도로 차분하게 지속할 것.


삶에서 열정이 피어있는 시기 동안 아마도 계속 지속될 그 증명을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해내려면 절대 화르르 불타오른 후 스르륵 꺼져 버려선 안된다. 삶에 열정이 있는 한 자기 증명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마지막으로 체호프가 클레어 키건에게 전수한 비법으로 끝맺는다. “Write coolly.” 그러니 우리 모두 ‘Do it co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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