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은 헤지가 가능할까
스타벅스의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주주로서 파란색을 볼 때마다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 나름 배당을 생각하고 투자한 거였는데, 실적 때문에 이렇게 급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투자에 대해서 배우는 교육비라 여기고 싶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시린 건 사실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애플의 주가가 상승을 해 주어서 해외 주식으로 구성된 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에 급락한 스타벅스의 주가가 미치는 영향은 1%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근로소득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근로소득을 얻으려면 사용자와 사용인 간에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런 계약을 여러 개 체결하는 것, 즉 소위 말하는 N-Job 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으로 동일하고, 대부분의 일터에서는 특정 시간 이상을 물리적으로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계약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공통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즉, 한 분야에 적합한 것을 잘 준비했다하더라도 그걸 그대로 다른 분야에 써먹기는 어렵다.
정리하자면, 여러 곳을 준비한다고 해도 여러 곳과 관계를 맺기가 어렵고, 여러 곳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격언이,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인적 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용되기 어렵달까.
조금 단순화 시켜서 인적자본을 갖춰 나가는 과정을 우물을 파는 것에 비유한다면, 내가 판 우물로 혜택을 보기 시작하는 것을 계약 체결로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실제로 여러 우물을 파는 것이 힘들기도 하거니와 각각의 우물들로 개별적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는 전략이 그렇게 나쁜 전략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는 내가 팠던 그 우물이 내가 누리고자 하는 삶의 가치를 누리는데 필요한 만큼 사회로부터 요구되지 않는다면, 내가 했던 것들로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즉, 내가 얼마나 넓게 팠는지, 얼마나 깊게 팠는지, 그리고 거기서 얼마만큼의 물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우물을 남이 얼마나 탐을 내고 있느냐에 따라서 내가 누리는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결국, 근로소득에 의지한 삶은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구조적으로 위험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고, 구조적인 위험은 헤지하기 매우 어렵다. 별도의 추가적인 전략이 없이는.
세대간 부의 이전이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교육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부모의 부를 자녀에게로 이전시키려는 노력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관찰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자녀들의 근로소득에 내포된 구조적인 위험을 부모가 대신해서 줄여주려는 시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