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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Mar 08. 2024

화두(話頭)

의료에 있어서의 지적 호기심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성철 스님이  한 말씀 듣고자 찾아온 사람들에게 화두로  삼서근(麻三斤)을 말씀하셨다는 것에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이나마  납득 가는 것이 있습니다.


스님  삶이 무엇입니까?  

삼서근이다!

(삼서근이라니?!)


세상의 궁금증을  찾아가는 수도의  길에서  왜?라는 의문을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잠시라도  놓지 않고  집착 수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병아리가 계란을 깨듯이,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발견한 것 같은  경지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한의학은 과학이고 과학이어야 합니다. 의학도 마찬가지이고요.


개업 초기  경험이 부족할 때  한 개업 선배가  한의학의 애매모호함에 대해  한탄을 하였었습니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관념과 비슷하리라 봅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의 저는 자괴감이 들었으며 과연 한의학은 어떤 근거가 있는지, 의학이라고 할 가치가 있는가?였습니다.


화살을 쏘거나  총을 쏠 때는 가늠자가  있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목적(타깃)이 어느 방향에 존재하는 가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질병 치료에도  그 질병의 본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화 속 괴물을 상대할 때  급소를 찔러야  단번에 제압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 큰 화를 부르기 십상이지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합니다.

질병을 치료 시  그 원인이 무엇이며  그 증상을 만들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완전히 납득이 되어야 합니다.


교과서나 전공 책에 언급되고 정의된  사항에만  한정해 버리면  무한한 잠재 능력을 봉인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가령 현대 의학에서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르는 류머티즘이나 전신성홍반성낭창(루푸스) 등등은  이유 없이 내가 나 자신을 공격한다고 낙인찍어 버렸습니다.


사실은  내가 낫기 위해서 하는 표현들을  단지 귀찮게 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으로  배고파 우는 아이가 있어, 그 이유를 모르면 입을 막는  어리석은 선택을  치료법이라고 믿게 하는  우매함 빠지게 됩니다. 


왜 그런가에 대한 고민은 덮어둔 채, 한정해 버리게 되면  마치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하는  심각한 잘못을 행하게 됩니다.


한 사물이나 사실을 관찰할 때  하나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한 색깔의  색안경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의학은 제대로 알려면  의학을 벗어난 다른 관점의  도움이 필요로 합니다.


제가 한의학을 제대로 알고 싶었고  무기화학, 유기화학, 식물생리학, 동물생리학, 물리, 천문학 등에서   마치 사금(砂金)을 줍듯이  반짝이는 지식 덩어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보탑을 3차원으로 제대로 인식하려면  안목을 상하좌우로  거리를 두고  살펴야 합니다.

한의학 서적으로는 한의학을 다 알기 어렵고  양방 전공서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구 안에만 있으면 알 수 없는, 지구가 푸른 별이며  태양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행성이란 것을  지구를 벗어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도 그러하리라 봅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를  고뇌하는  스님들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왜?라는  뿌리 깊은 나무를 탐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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