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亭子) 감상법

어울림

by 정희섭

목공(木工)이 멋있는 정자를 지었습니다.

수정 같이 맑은 계곡, 그림 같은 산세들 사이에 다소곳이 자리를 품었습니다.

`청수정(淸水亭)이란 현판을 나름 글 쓰는 분에게 받아 오르는 계단 처마 아래 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 정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멀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는 말고요.

멋진 풍경 사진에 정자는 항상 적당한 거리에 있습니다.

정자 안에는 없지요.

산새소리와 바람소리, 밝은 햇빛은 덤입니다.


우리 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만 있어서는 그 진수를 맛보지 못합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지긋이 그것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과학은 철학으로 꾸며지고,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제됩니다.


제가 전공하는 한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무관한 듯한 천문학을 통해 한의학을 보고, 화학을 통해 한의학의 원리를 찾고

물리를 통해 한의학을 굴려 봅니다.

1차원이나 2차원에서는 공간이 없으니 좌표가 없지요.

3차원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냥 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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