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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Nov 05. 2024

비타민 C 광풍에 대하여

비타민 맹신의 위험성

비타민 C는 수용성으로 아스코르빈(브)산을 말하는데  인체의 대사에 꼭  필요하고  매일 조금씩 소모되므로  어느 정도 보충은 필요합니다.


특히 콜라겐 형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분이라  결핍 증상이 생기면  조직이 약해져 특히 잇몸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비타민C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을 찾아보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보충되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항해시대 범선을 타고 바다를 건널 때 폭풍 등으로 항로를 잃어 땅을 오랫동안 밟지 못하고 아울러 야채나 과일 등을 공급받지 못한 것이 몇 주가 되어서야 비로소 발생하는 위험한 증상이 괴혈병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일부 영장류를 제외한 많은 동물들은 체내에서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왜 그 기능을 잃어버렸을까요?


많은 학자들은 인간이 섭취하는 일상의 음식에 비타민C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체내에서 일부러 비타민C를 만들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퇴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비타민C에 대한 광풍이 불고 있는지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섭취하게 하여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1910~1920년 사이에 인공적으로 비타민을 합성할 수 있게 되었는데  비타민 결핍으로 인한 매우 드물지만 나타나면  심각한 병증에 대해  제약회사는  마치 비타민을 복용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다고  의사들을 동원한 집회에서 군중을 향해  절반은 겁을 주고 절반은 광고를 하였습니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지식트리, 하비 리벤스테인 


또한 딱딱한 화학명을 `활력`이라는 의미의 `바이탈`을 빌리고 아미노산의 어미를 붙여 비타민(바이타민)으로 개명을 하여 일반인들에게 의약품이라기보다는 영양제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인들에게는 의사가 추천하는 영양제라는 인식으로 필수 섭취 대상으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우리나라도 직접적으로 그 영향권에 속해 있습니다.


또 비타민C가 감기에 특효라고 인식되는 계기 중 하나가  노벨화학 상과 평화 상을 유일하게 다른 부분에서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이 있습니다.


DNA의 구조학에서 발군의 역량을 보여주었는데  실험체의 오류를 깨닫지 못하고 DNA는 3중 나선이라 잘못 발표하였고 이런저런 운으로 왓슨과 크릭이 2중 나선 구조임을 밝혀 생물학에서 엄청난 도약을 이루게 됩니다.


심한 감기를 앓던 폴링은 스스로에게 과량의 비타민C를 투여하여 실험을 하였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큰 효과가 있자  모든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였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은 그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고 과학적으로 의심스러운 개념을 포함해

비타민 효능에 대한 신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사라진 스푼, 해나무, 샘 킨


닉 레인은 그의 저서 미토콘드리아(나무와 이파리)에서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을 함과 동시에 활성산소를 유발한다고 하였으며  세간에 비타민C를 이용한 광고를 못 미더워 했고 주의를 요한다고 했습니다.


흔히  비타민C는 수용성이므로 오줌으로 다 흘러나가므로 안전하다  홍보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효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반드시 신체에 들어와서 어떤 형태던 영향을 끼치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가령 밥이나 소금 등을 섭취하더라도  인체 내 흡수되고 나서는 분해되어 전자를 띈 이온 상태로 존재합니다.

밥을 먹는 것은 중성의 포도당에서 분해되어 양전하(H+)를 섭취하기 위함이며  소금(NaCl)도  Na+ 과 Cl-로 분해되어 존재하게 됩니다.


중성의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전하를 띈 요소로 분해되어 전자기판을 흐르는 전자처럼 상호 작용을 하는데 비타민C 역시 체내로 들어가면  전하를 띄는 요소로 분해되어 인체의 조직과 화학작용을 합니다.


어느 음식을 먹다 보면 질릴 때가 있는데 이는 이미 그 영양성분이 충분히 보충되었으므로 입으로 하여금 섭취를 제한하게 하고 반대로  외국에 가면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는 것은 평소 섭취하던 특정 영양분이 부족함을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 몸은 음식을 통하여 입에서 맛을 보거나  식욕을 통하여 필요 성분의 요구를 표현합니다.


그런데  비타민이나  영양제 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무시합니다.

지난번 언급한 것처럼 트로이 목마처럼 숨겨  입이라는 초소를 슬쩍 통과시켜서  인체가 지닌 최전방의 방어 기전을 무력화해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균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 만들 수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왜 그 능력이 없을까요?


비용과 효율을 따져  모든 잡다한 것을 만드는 가내 수공업보다  효율(가성비)을 따져 외주를 주는 것이 유리한 경우는  맡겨버리는 것이 좋은 것처럼   장내 세균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세균이 만드는 이차 생산물을 이용하거나  섭취하는 음식물에 충분히 존재할 경우라면  필요 없는 것은 없애고 고차원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타민C는 조효소로  극미량이 필요하므로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한 결핍 증상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겨울에 김치 말고는 비타민을 섭취하기 어려웠음에도 아무도 괴혈병 걸린 사람 볼 수 없었는데,  하물며 지금은  사시사철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공급받고 있으니 과거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비타민을 섭취하는 상태임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과거보다 충분히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는데  또 비타민을 섭취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2012로 기억하는데 `신동아`에서  유럽인 23만 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섭취와 사망률을 조사한 내용이 인용되어 있었습니다.

비타민을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사망률이 4~16% 더 높았습니다.


그래서 이를 `코펜하겐 쇼크`라 불렀는데 생각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와서입니다.


만약에 과거 힘들게 살던 시절처럼 하루 한 끼 식사도 어려웠던 시절이라면 혹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보다 다양한 음식과 풍부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일부러 입을 속여가며

화합물을 투여할 이유가 있을까요?


만에 하나 비타민을 투여할 이유가 있다면  종갓집 간장 같은 음식물에서 얻는 자연 비타민을 두고서  굳이 공장에서 만드는 정제 소금 같은 비타민을 섭취할 이유가 없겠지요?


지금도 활성 산소 운운하면서 과량의 비타민C(다른 비타민도 같습니다) 섭취를 권유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비타민은 무조건 옳다라는 선입감에 세뇌되면 과잉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반대로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다고 오인하여 더 많은 영양제나 비타민등을 섭취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특히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니 비타민을 더 섭취해야 한다고 하는 모 교수님의 강의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에너지 활동)가 많이 발생하지만  더 많은 항산화제가 분비될 뿐 아니라 운동을 마치고 나서도 항산화 작용이 유지되기 때문에, 운동은  항산화를 위해서라도 더 많이 권유 되어야 하는데   

건강에 유익한  운동을 활성산소의 주범인 것처럼 정반대로 일반인들에게 주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의 연구는 활성산소(ROS)는 부정적인 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분화, 면역작용, 생리주기 등 여러 대사 활동의 조절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알려지고 있어 무조건  활성산소를 죄악시하는 풍토도

바꿔져야 하겠습니다.

*핵심 생화학, 범문 에듀케이션, Lubert Stryer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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