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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膜, 경계)의 존재 이유.

산다는 것

by 정희섭 Mar 28. 2025

지구에서 생명이 살기 위한  필연적인 조건들을 언급한 내용들이 있는데  태양에서 적절한 거리(골디락스)

지축의 기울어짐, 달의 존재 등의 천체 물리적 환경 외에  생체막의 존재가 주요한 조건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생명이란 생로병사와 유전자 전달을 위한 종족 번식이라는 대명제를 지니는데  이는 물질이나 에너지의 지속적인 흐름을 가짐을 말합니다.


흐름은 불평등에서 기인합니다.


과거 한문 공부를 배울 때 `소리가 나는 이유를 아느냐?` 하시기에  `진동으로 매질에 음파가 전달되어 나는 것 아닙니까?` 하니까  `그것이 제 위치를 잃어버릴 때 나는 것`이라는 뜬금없는 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조금씩 그 말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터리를 통해 전기 기기를 이용하여 문명의 이기(利器)를 어느 세대보다 풍족하게 향유하는 세상입니다.

전기를 발생하여 저장하지 못한다면  필요시 사용할 수가 없어  온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합니다.


배터리는 절연막이 있어  음전하와 양전하를  분리하여 차곡차곡 저장하여 필요시 두 전하를 만나게 하는 과정 즉 전류를 통해서 기계를 돌리고  세상을 바꾸게 됩니다.


생체에도  막으로 외부와 구별짓고 필요한 전하, 효소, 영양분, 호르몬 등을 저장하였다가 필요시 적절히 분비하여

전체 생체 대사를 원만하게 꾸려가게 합니다.


밤과 낮, 여름과 겨울의 끊임없는 전환은  기온과 수온에 변화를 주게 되고  대기와 해수는 온도차에 의한 밀도를 조정하기 위해  대류라는 흐름을 만들게 됩니다.


만약 계속  겨울이거나 여름이라면  계속 차거나 뜨거운 상태로 남아 변화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지구라는 한 공간에서 상반되는 두 작용이 공존함으로써 변화가 있는 셈이지요.


막(膜)은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경계가 되고  여, 야를 구분 짓는 이념의 벽이 되기도 하며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영역의 구분점이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가 이뤄지고  정치가 발달하며 사랑을 맺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막의 존재는 서로  다른 두 이념을 한 틀에 공존시켜야 하는 숙제를 남깁니다.

그 과정에 서로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조절도 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이소를 타게 합니다.


인체도 여러 종류의 생체 막을 통해서 나와 외부를 구별짓고 필요 성분을 저장해 놓아서  필요에 따라 분비함으로써 면역 기능 활성 등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막이 존재하지 않으면  차이가 없어지고 변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고인 물처럼  생명력을 잃게 되겠지요.


여름의 폭염 속에서  겨울의 냉기가  상상되기 어렵고, 반대로 혹한의 겨울에서 여름의 찌는듯한 더위가 마치 다른 세상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매년 추위, 더위를 반복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여름에는 겨울을, 겨울에는 여름을 그리워하고

비가 오면 맑기를, 날이 맑아 가물어지면 비가 오길 변덕장이처럼 바라봅니다.


큰 파도 위를  넘어가는 배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매 순간  적응해 가는 것이  힘들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무풍지대에 갇혀 죽은 듯 지내는 삶보다는  이루는 바 크다 할 것입니다.


인체도 한기에 노출되면 열을 방출하여  저항하고 오한으로 열을 보존하며, 열기에 노출되면  땀을 흘려 열을 발산해서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바람 잘 날 없는 나무 가지와 같은,  끊임없는 외부 환경과  인체 내부의 변화에 한순간도 조용한 적 없지만

줄 위의 광대처럼 부단히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합니다.


그 부단한 표현들이 바로 춥거나 덥거나 열이 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며 우울하고 짜증 나며  드물게 상쾌한 것 등의 모든 것들이며  그 자체가 삶이고 정상을 유지하기 위한 나 자신의 노력임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더 나에게 관대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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