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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ve on the Blue Mar 02. 2024

2년 만에 개발자 취업, 1달만에 (또) 퇴사?

퇴사머신(?)이 되버린 남자

오늘의 사진, 웨딩 촬영으로 간 제주도에서


 2022년 1월, 고등학교 시절부터 평생을 멈추지 않고 달려온 음악을 관뒀다. (첫 글 https://programmerhallucy.tistory.com/2 참고) 작업실에서 짐을 빼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개발자를 목표로 긴 여정을 지나왔다. 2번의 교육, 취준, 취업 실패, 이사, 결혼, 또다시 취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고,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특히 2023년 봄, 수많은 타협 끝에 들어간 회사에서 2주 만에 뛰쳐나왔을 땐, 지독한 패배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처럼, 달콤한 취업의 꿈을 이루게 되었는데... 1달 만에 또다시 퇴사를 하게 됐다...!

오늘은 음악을 관둔 후 2년 간의 여정을 돌아보고, 어쩌다 (또) 퇴사를 하게 됐는지, 앞으로의 계획을 담아보고자 한다.



Back to Zero - 1 : 입사까지 1년, 퇴사까진 2주

로그라이크 장르 중에 가장 재밌게 플레이한 <Skul: The Hero Slayer>


 로그라이크(Roguelike)라는 게임 장르에 대해서 아는가? 로그라이크란, 쉽게 말해서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임 방식'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레벨업도 하고 아이템도 잔뜩 먹어서 강해졌어도, 죽게 되면 모든 게 리셋되고 무일푼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이다.


 2022년 1월의 내가 그랬다. 고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했던 수많은 음악 경험, 커리어가 리셋되었다. 나는 이제 그냥 28살 백수였다. 심지어 2월엔 프러포즈도 예정되어 있었으니,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었다. 음악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다음 직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개발자'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게 되었다. 이유로는 1. 당시에 개발자가 굉장히 핫하고 전망도 좋았고 2. 음악 작업처럼 컴퓨터를 주로 다루는 직업인 데다가 3. 들을 수 있는 교육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빠른 결심과 함께 기초 공부를 시작했다.

 부트캠프란 단어에 대해 들어봤는가? 부트캠프란 ’ 단기간에 집중하여 코딩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 또는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출처: 나무위키 '코딩 부트캠프') 과정은 짧게는 몇 주부터, 1년 이상도 걸리기도 하는데 내가 처음에 찾아본 <42서울>도 1년이 넘는 과정이었다. 여기는 신청 방식도 특이했는데, 1,2차는 선착순으로 등록해야 했다. 운 좋게 1차는 성공하긴 했는데, 2차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다음 2차 신청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고, 이마저도 붙을지 안 붙을지 모르는 일인지라 <42서울>은 포기하게 되었다.

 그다음에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친구의 추천으로 AI 쪽에 도전하게 되었다. 열심히 준비한 끝에 중소기업벤처공단에서 진행하는 <이어드림스쿨>, 코드스테이츠란 곳에서 진행하는 <AI 부트캠프>에 동시에 합격했고, 정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란 점이 마음에 들어 <이어드림스쿨>을 선택하게 되었다. 교육은 3월 말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온라인으로 12월 말까지 약 10개월 동안 기초적인 수학, 컴퓨터 지식을 비롯해 파이썬, DB, 머신러닝, 딥러닝까지 AI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들을 배우게 되었다.


AI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이어드림스쿨>


 <이어드림스쿨> 과정을 들으며 세부적인 진로를 정하게 되었다. 관련 분야 중에 '데이터 분석'이라는 게 있었는데, 내 성격과 잘 맞아 '데이터 분석가'를 목표로 프로젝트 및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취업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여러 사람과, 때로는 혼자서 프로젝트를 하며 몇 개월 동안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중간에 신혼집으로 이사를 하는 등 여러 일이 있긴 했지만 수료도 무사히 하고, 포트폴리오도 1월 초쯤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진로도 정했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었으니 다음 차례는 취업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때쯤이 되어서야 뭔가 크게 잘못됐단 걸 깨달았다. 이력서부터 문제였다. 분명 여태까지 열심히 한 건 맞는데, 이력서 안에 쓸 말이 없었다. 할 줄 아는 건 많았지만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던지, 수상 경험 같은 게 하나도 없던 것이었다. 이들에게 나는 그저 '1종 운전면허만 달랑 가지고 있는 전문대졸 무경력자'였다. 심지어 AI, 데이터 관련 직업은 평균적으로 석사, 못해도 학사를 요구하는 고학력 직업군이었으니, 총 쏘는 전쟁에서 갈지도 않은 칼을 들고 싸우는 격이었다. 이걸 깨달았던 건 호기롭게 지원서를 넣은 기업에서 1분 만에 탈락 연락을 받았을 때쯤이었다. 긴 시간을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는 애초에 학력 때문에 아무도 열어보지도 않았다. 뼈아픈 패착이었다. 1년을 준비한 계획이었건만, 방향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다.

 결국 데이터 분석가가 되는 건 좀 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일반적인 회사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그나마 면접을 볼 수 있었고, 그중 한 회사의 영업관리팀에 합격을 하게 되어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내 인생 첫 번째 회사였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축하도 받고, 장모님이 비싼 양복을 사주시기도 하는 등, 첫 회사 생활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안 가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입사 2주 차였다. 대전에서 정기 회의가 열려 팀장님과 출장을 가게 됐다. 회의는 5시쯤 끝났는데, 팀장님의 승진 기념으로 지점장들과 함께 회식을 갔다. 처음엔 괜찮았다. 지점장들의 자식 자랑도 듣고, '이런 게 사회생활이구나' 하며 최대한 무리에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차에서 끝날 줄 알았던 회식이 점점 길어지더니, 결국엔 일명 '노래바'라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그들은 당연하단 듯 아가씨들을 불렀고, 한 지점장은 신혼인 나를 놀리려는 듯 일부러 내 옆에 아가씨들을 앉혔다. 난 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장모님이 사주신 양복까지 입었는데… 그나마 무슨 일이 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긴 했지만, 기분은 처참했다. 이런 꼴을 보려고 들어간 회사가 아니지 않은가. 겨우 다시 차를 끌고 집에 도착하니 이미 12시가 넘은 후였고, 아내는 잠들지도 못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아내와의 상의 끝에 2주 만에 첫 회사 생활을 끝내게 되었다.



Back to Zero - 2 : 또다시, 1년

빛을 따라서


 그렇게, 또 한 번 리셋이었다. 퇴사한 것 자체는 후회가 없었지만 정말 막막했다. 이전보다 더해진 부담감, 실패로 인한 정신적 충격,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무너져버린 나 자신을 보는 것이었다. 자존감도 떨어지고, 꿈과 목표도 흐릿해졌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그냥 집에서 숨어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숨어든 집 안에는, 누구보다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아내가 있었다. 무너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며칠 정도 잠시 머리를 식히고 금방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새로 시작하기 전에 이전에는 무엇이 문제였는 지 고민을 한 결과, '너무 쉽게 진로를 결정해서'로 결론이 났다. 애당초 개발자를 하고 싶었는데 친구 말만 덥석 믿고 AI 관련 교육을 들은 내 잘못이었다. (물론 친구의 잘못은 아니다) 문제를 고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좀 더 진로와 커리어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한 후에 신중하게 결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보다 시야가 넓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있었다. 국내 최고의 기업 중 한 곳에서 30년을 PM(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신 또 다른 아버지, 장인어른이 계셨던 것이다! SOS를 쳤다. 장인어른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렸다. 내 계획은 다시 개발자 부트캠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내 딴에는 미래도 있고 나쁘지 않은 계획 같았는데, 장인어른의 생각은 달랐다. 장인어른의 시각에서 내 계획은 전혀 장기적이지도 않고, 정리되어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장인어른께서는 '간절함'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이전에 말씀해 주신, SAP ERP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다시 한번 추천해 주셨다.


이제는 내 밥줄이 된 SAP


 말씀을 듣고 다시 찾아보니 이 분야가 내 원래 계획보다 훨씬 경쟁력도 있고, 취업할 확률도 높고,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은퇴를 생각하며 일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리고 때마침 몇 달 뒤에 관련 국비지원 교육이 있었다. 마음을 정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교육과 취업 준비를 했다. 3개월 간 나는 9시부터 5시까지 공장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출퇴근 길에는 토익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는 회계, 데이터베이스 등의 자격증과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스케줄도 힘들었고, 중간에 코로나도 걸리기도 하고, 공부도 마냥 쉽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우울함도 많이 떨쳐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두세 번의 시험과 면접을 거쳐 4~5:1의 경쟁을 뚫고 <SYNC Academy 3기>에 합격할 수 있었다. 기뻤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합격은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오프라인 교육이었기에 나는 6개월 간 매일 9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출근길을 뚫고 종각역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며 SAP ERP 프로그램 및 이론에 대해 배우고, 시험도 치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정신없는 6개월을 보냈다. 나는 학생 멘토가 되기도 하고, 스터디도 진행해 보고, PM 역할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특히 3개월 간 진행된 프로젝트 기간에는 결혼식까지 예정되어 있어 더욱 바쁜 일정이었다. 이 시기에 나는 프로젝트와 결혼식 준비, 심지어 취준까지 함께 하며 기적 같은 시간을 보냈다.



Back to Zero - 3 : 이번에야말로 취업!

다시 계단 오르기 시작!


 그렇게 다시 12월이 되었다. 결혼식도 잘 끝마치고, (막판에 하루 3시간씩 자며 엄청 고생하긴 했지만) 프로젝트도 끝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취업뿐. 분명 이전 취준 때와는 달랐다. 자격증도 네다섯 개 땄고, 토익 점수도 생겼고, 개근상 등의 수상 이력도 생겼다. 무엇보다 <SYNC Academy 3기> 중 진행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당당한 마음으로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보다 지원할 수 있는 기업도 많아졌고, 면접도 꽤 갔지만 결국엔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호기롭던 마음도 점점 꺾여갔다. 처음엔 억울했다. 교육과정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았거나 내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 좋은 회사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그간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몇 번 더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 나니 결국 남보다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서류는 지난번 취준 때보다 몇 배는 많이 붙고 있었으니, 초점이 면접을 향해 갔다. 그러던 중 친구들을 통해 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교육 동기 중 한 명이 내가 면접에서 떨어진 회사에 전부 다 합격했다는 얘기였다. 충격적이었다. 이 분은 성적이 좋은 학생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와 달리 합격한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연스레 성격이 떠올랐다. 이 분은 항상 밝게 웃고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분의 케이스와 면접 관련 영상을 이리저리 찾아보며 내린 결론은, 면접이란 ‘잘난 사람 뽑기’가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뽑기’란 것이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자리인데, 내가 너무 능력에 대한 어필만 한다던지, 준비된 답변만 한다던지, 소통이 아니라 '정답'만 얘기해서 결과가 아쉬웠던 것 아닐까?

 그렇게 전략을 고민하던 어느 날, 소식이 날아왔다. 합격 전화였다! 이전에 동기의 추천으로 면접을 봤던 회사였다. 이 회사는 유독 기억에 남았던 곳이었는데, 면접관 분들이 내 노래도 미리 들어보시고 분위기도 편하게 풀어주시는 등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면접을 봤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수락을 하게 됐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2년 간의 취업기는 막을 내리게 됐다...만, 약 한 달 뒤 나는 또다시 퇴사를 하게 된다.


Back to ? : 또 한 달 만에 퇴사?

또...퇴사?


 1달 만에 (또다시) 퇴사한 얘기를 하려면, 우선 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SYNC Academy 3기>를 함께 들으며 친해진 형이 있는데, 나보다 일주일 먼저 취업을 했다. 형이 취업한 곳은 <SYNC Academy 3기>에서 취업 연계가 된 기업이 아니라 강사님이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신 회사였다. 나는 업무 공고도 없고, 어떤 회사인지 몰라서 지원을 안 했었는데, 형이 입사한 후 매일 같이 회사 찬양(?)을 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취업을 한 지 일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형에게서 카톡이 왔다. 한두 명 추가로 구인한다는 얘기였다! 연봉도, 업무 공고도 없었고, 이미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지만 형의 얘기를 믿고 지원을 하게 됐다. 이때가 가장 죽을 맛이었다. 새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하고, 근데 또 붙으면 떠나야 하고...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면접 연락이 오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덕분에 나는 홀로 마피아 게임을 하는 처지가 되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회사 생활을 하게 됐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면접 연락이 왔다. 한두 시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곧바로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수학 문제부터 풀었다. 문제들은 문장형으로 이뤄져 있었고 생각보다 난이도가 꽤 있었다. 나름대로 머리를 싸매가며 겨우 문제를 풀고 난 뒤 본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깨달음을 바탕 삼아 음악을 했던 때나,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오가며 나름 나를 잘 어필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아까 푼 수학 문제에 대해 해설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나마 잘 풀었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 설명하려는데, 설명하려고 보니 내가 쓴 답이 틀렸단 걸 알게 되었다... 덕분에 어버버 거리며 해설을 하는데, 이땐 정말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가서 형한테 들어보니 애당초 풀 걸 기대하고 내신 문제들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게 위기(?)를 지나가며 면접을 마치고, 남은 것은 발표뿐이었는데 발표도 시간이 꽤 걸렸다. 게다가 중간에 설날까지 있어서 이때도 면접을 기다리던 때만큼 고역이었다. 마음 졸이며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드디어 전화가 왔다. 합격 전화였다! (어쩐지 아까 얘기한 것 같다) 이미 마음은 정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회사에 바로 통보를 했다. 다행히 다들 축하도 해주시고 해서 산뜻하게 정리하고 나올 수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게 말이 많은 조로


 결론은... 새로운 회사에 나간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 중이다! 한 시간 반 정도 거리라 힘든 게 흠이지만 어차피 나중에 근무에 투입되면 몇 달에 한 번씩 계속 업무 장소가 바뀔 예정이라 나름 즐기며(?) 다니고 있다. 아 그리고 방통대도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컴퓨터과학과로 재입학해서 기왕 출근길도 길어진 김에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해피엔딩!


'Back to Zero'가 아니라

 사실 처음 했던 얘기와 다르게, 로그라이크에선 정말 모든 게 리셋되지는 않는다. 클리어에 실패하게 되면 아이템이나 경험치는 사라지지만, 게임을 플레이했던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고스란히 남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플레이어는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경험을 통해 더욱 노련해지고, 결국에는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마 데이터 분석가 취업 때 얻은 경험이 아니었다면 이번 취업 때도 이전의 나처럼 힘들어하고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회사도 음악 경력을 포함한 내 경험들을 좋게 봐주신 덕분에 취업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이 힘드냐고 아들러가 물었다>


 취업을 준비하던 중에 서점에 갔다가 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회사생활이 힘드냐고 아들러가 물었다>란 책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마음속 고민에 대한 심리학적인 답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무조건 긍정만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삶을 살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 도 있다. 그런 감정 자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다만 거기에 계속 주목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부정적인 생각을 인정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면 된다."


 나도 지금까지 매번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릴 때마다 그 마음을 외면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내 모습도 인정하려고 한다. 대신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능력도 함께 기를 것이다. 사실 직장인으로서의 내 삶은 이제야 시작일 뿐이다. 오히려 음악인이라는 남다른 삶을 살았던 나에게 이렇게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할 따름이다.

설날 갔던 남산에서


 티스토리에서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2년 째다. 그냥 단순히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삶을 공유하고,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글감이 없으면 어쩌나 고민이었는데, 그간 있었던 일들로 봐선... 글감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더욱 거대한 파도 앞에서, 휩쓸리기보단 그 위에 올라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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