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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렉탄 Apr 03. 2023

어른들은 왜 꼰대가 된 것일까?

세대간 존중이 필요한 이유

몇년 전의 일이다. 일터에서 신입일처리를  못 답답한 마음에 야단을 쳤다.


신입은 연신 나에게 물었다.


"이 프로세스를 왜 이렇게 진행시켜야 하는지 이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매섭게 대답했다.


"지금 그 이유를 A 주임님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오늘 해야할 일이 산더미라서.."


그 순간 나는 '아차'했다. 마음 속의 나는 "나도 꼰대가 되었구나."고 자책했다.


그날 일이 끝나고 A주임에게 야단친 일을 사과했다.


먼 옛날 인턴으로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의 내 감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나는 사수의 업무 이해하고 싶어서, 이유를 물었고 똑같이 꾸중을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알지만 사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려한 것'이 아니라, 너무 바빠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사회를 달구었던 이슈 중 꼰대논란, MZ세대 논란과 같은 세대갈등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오늘 한 주 한줄 명언은 세대갈등의 주 원인을 짚어보고, 세대 간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를 짚어볼 의도로 소개한다.




"그 사람 입장에 서기전에는 절대 그사람을 욕하거나 책망하지 말라." <탈무드>


1.왜 한국형 꼰대가 탄생했을까?


<1>세대별로 '차원'이  다른 경험


어떤 한 노인이 있다.


노인은 대학시절 일제의 창씨개명을 거부했다가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방황하던 시기 반려자인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처음 '공장'이란 곳을 듣고 일을하며 어렵게 자식들을 키웠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딸들은 처음 고속도로와 자동차를 보게되었다.


아들은 택시기사가 되었고,  딸은 '베이커리'라는 곳에서 빵을 만들다 각자 배우자를 만나 손자,손녀들을 낳았다.


손자 손녀들은 처음 핸드폰과 인터넷을 하고, 각자 짝을 찾고 아이를 낳아 테블릿으로 뽀로로를 보는 아이를 낳았다.


노인은 손자,손녀들의 아이가 찍힌 스마트폰 사진을 보며 즐거워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동네를 산책하던 노인은 멋진 디지털 군복을 입은 동네청년을 보고 반가워한다.


그 옛날 식민지배와 전쟁에 신음하던 마을은 이제 푸른 군복을 입은 건강한 동네청년들이 지키고 있다.


이 마을의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이 노인의 이야기는 내 고향에 실제로 사는 분을 모티브로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삶의 경험이 '차원적으로' 다른 여러 세대가 한 곳에 어울려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가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정치,경제적 격변이 단기간에 집중되었다.


미국인들은 이미 100년 전에도 '호프'집에서 음악을 듣고 흥얼거렸다, 유럽인들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이란 것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 한국은 나라를 잃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아니면 이런 경험을 하기 어려웠다.


유엔은 몇해 전 한국의 해외원조에 감사를 표하며 원조를 받던나라가,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된 유일한 사례라는 평을 남긴바 있다.


이렇게 한국은 세대별로 겪은 물질,사회적 변화가 너무 급격히 컸다.


이렇다보니 한 세대가 다른 세대와 형성할 수 있는 '공감대'가 많지 않고, 연장자는 젊은이들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고, 반대로 젊은이들은 연장자를 더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


<2>빨리빨리와 결과중심주의


전쟁터의 잿더미에서 일어난 한국은 무섭게 국가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 과정에서 빨리빨리라는 말은 한국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특히 한국은 6~80년대 고도성장시기 제조업, 건설업, 가공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컸다.


이 산업들은 '속도'가 중요하고, 과정보다는 확실한 '결과'가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대별로 나타난 젊은세대들은 전 세대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전 세대들은 시대별로 새로운 꼰대가 되어

이유를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내일모레 제품이 나오고, 건물이 완성되어야하는 상황에서 차근차근 과정을 이해시킬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성격이 변하기 어렵듯, 한 사회의 성향도 변하기 어렵다. 이런 한국의 발전 루트는 00년대 이후 IT산업의 발전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초창기 IT업체들 대부분이 빠른 서비스 속도를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던 만큼, IT산업이야 말로 신속이 생명이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과 많은 꼰대들이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물론 그밖의 원인들도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유교문화는 연장자들에게 젊은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주로 꼽힌다.


확실한 것은 한국은 단기간에 너무 빨리 발전했고, 이 과정에서 효율,경쟁, 속도가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구조에선 상호이해와 존중이 발붙이기 어려웠다.


2.새로운 세대는 왜 다른가


1.의 이유들이 '꼰대'가 탄생한 이유라면, 2.의 이유들은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MZ들이 탄생한 이유다.


첫째 현재의 10-20대들은 민주주의와 세계화 시대 이후에 자라난 세대들이다. 학교와 군대에선 체벌이 당연시 되고, 공동체주의가 개인주의를 억압하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서 자란 것이었다.


둘째로는 1인 가구가 대세가 되고, 마을공동체가 해체된 이후 자라난 세대로 이전 세대에 비해 소통의 빈도가 줄어든 세대다.


마지막으로는 '평생'이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과거 기성세대들에겐 '평생'직장 '평생'사는 마을이란 개념이 분명 존재했다.


이 과정에서 이웃이나 동료와 트러블이 생겨도 '평생 볼 사이'라는 이유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는 문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직장은 비정규직 혹은 이직이 빈번한 직장문화로 바뀌었다. 사는 곳은 늘 이사다녀야하는 1인 가구가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이 없기에 권리 주장에 더 적극적이며, 트러블을 그냥 넘어갈 이유가 없고, 어울리지 않고싶은 이웃과 어울릴 이유가 없다.


과연 이 젊은이들을 기성세대가 책망할 수 있을까? 이들이 겪는 불안한 일자리, 어려운 내집마련 문제는 분명 기성세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2.이젠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


빨리빨리를 외치던 우리사회는 이제 과부하가 걸렸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과 1년에 500명이 과로사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은 너무 자주 이야기 되는 소재니 말할 것도 없다.(*2017-21 근로복지공단 및 공공기관 통계)


미디어에선 이른바 '갈라치기'현상이 심각하다. MZ세대를 탓하거나 혹은 기성세대를 탓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한해엔 약 1만3천여명이 자살하고있다.(*통계청)


최근 미디어에선 저출산이 문제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난 실소가 나온다. 삶의 경험이 다른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심이 없는 사회에서 새 생명이 자라길 바란다는 건 모순 아닐까?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없이 경쟁과 남탓으로만 몰아가는 구조에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탈무드의 격언처럼 누구도 그 사람 입장에 서기전에는 그사람을 함부로 책망할 수 없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갖출건 갖추고 사는것같은 젊은이들은 내가 겪었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고 있다.


나때도 취업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샌 공채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 버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계속 불안한 일자리, 불안한 주거로 내몰린다. 청년 비정규 근로자의 산재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젊은이들이 보기에 쉽게만 살아온 것 같은 기성세대 '꼰대'들도 젊은 시절을 그리 쉽게 보내진 못했다.


난 원서를 수기로 작성해서 냈던 마지막 세대 중 한명이다. 수기중심사회의 불편함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 직장, 군대, 사회 할 것 없이 폭력과 얼차려가 만연했다.


우리사회는 이제라도 삶의 경험이 다른 개개인을 존중해야한다. 세대별로 겪어야했던 고충이 달랐음을 인정하고, 연장자는 젊은이들의 고통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보듬어야 한다.


젊은세대가 연장자들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빨리빨리"가 아니라 "같이가치"를 이야기하고 함께가야 한다.


그렇게 속도를 늦추고 서로를 존중할 때, 이 땅에 다시 생명이 자라날 것이라 생각한다.


*한 주 한줄 명언은 다음주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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