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 갈등, 고민, 긴장은 사라지고 이유 모를 정의감만 살아남았다
익숙한 얼굴을 보면 반갑지만 예상하기 쉽기에 기대감은 떨어진다. 아니 오히려 예상치를 벗어나는 수준이 기대 이하의 범위라면?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말하겠다. ‘한국’ 사람에게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재밌다면 애초 기대가 없었던 거 아닐까?
시즌 1과 달리 익숙한 얼굴들이 이끌어 가는 전개는 중반까지 기대를 어긋나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났던 건 강렬한 이미지를 던져 주고선 첫 게임에 떨어졌던 196번 케이스뿐이다. 혹여나 모르겠다. 시즌 3에서 부활한다면? 그렇다면 난 이렇게 생각이 들 거 같다. “도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려고 이런 설정을?”
물론 시즌 3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그리고 일정 부분은 그럴 거 같다. 시즌 2는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타이밍에 끝이 나버렸으니까.
‘한국인은 야박하다’는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싶다. 데스게임의 형태를 띄워 보려 했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성기훈이 총을 든 순간 음모론에 맞선 액션물이 되고 말았다.
그 전개는 데스게임의 긴장감을 시즌 1보다도 훨씬 떨어졌다. 특히나 ‘4인 5각(5인 6각?)’과 ‘둥글게 둥글게’를 통해 주요 인물들이 뭉텅이로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저 출연료를 받는)저 참가자가 과연 떨어질까?라고 궁금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궁금증은 시즌 2가 끝날 때까지 생기지 않았다. 시즌 3가 이미 제작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까.
아마 시즌 2를 만들 것이란 예상을 제작진도 하지 못했던 거 아닐까 싶다. 왜 ‘바텀’은 게임도 아닌 난동 속에서 사라져야 했을까, 매번 반복된 ‘1표’ 차 투표 속에 긴장감을 주는 게 그의 역할이었을까? 그러기엔 저 사람을 통해 선택을 바꾼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저 시끄러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존재감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여기에 ‘부모와 자식’이란 설정은 시즌 1 구슬게임의 ‘67번’과 ‘240’번 보다도 애달프지 않고, ‘제3의 성’은 게임과 무관하며, ‘주최자’의 배신 타이밍은 난데없다란 느낌은 급하게 쓰인 각본의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급하게 쓰인 것 같다’란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성기훈은 왜 저러고 있을까란 공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데스게임을 없애고 싶다’란 거대한(?) 동기로 소시민도 거대한 꿈을 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소시민도 할 수 있다는 희망?
게임의 시작은 돈 많은 부자의 재미를 위했다는 게 시즌 1에서 설명됐다. 시즌 2도 마찬가지다. 이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데스게임을 바라보는 감정은 ‘지루함’.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두뇌 게임도 아니고, 익숙한 인물들의 긴장감 없는 게임 전개에서 투표는 심리 싸움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결국 남은 건 ‘이 게임을 없애야 한다’는 목표, 그 방법은 ‘다 죽이자’로 연결되는 게 시즌 2다. 그렇다면 ‘선’과 ‘악’을 좀 더 구분 지어야 하지 않았을까. 너무도 못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시즌 2는 분노의 감정을 한 곳으로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총 들고 다 쏴버리자’란 성기훈의 방식은 재미도, 당위성도 부여하지 못한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을 의도한 것도 아니니 남는 게 없다.
아, 임시완의 존재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수정하다 생각났다
데스게임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흡입력 있는 이유는 대의명분보다는 게임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속마음과 욕구, 욕구쟁취를 위한 수단과 방법, 그렇게까지 해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 등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이중 오징어게임 시즌 2에서는 무엇을 찾을 수 있고 만족할 수 있을까.
해외 시청자에겐 익숙지 않은 게임과 익숙지 않은 얼굴이 시즌 1의 분위기를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이를 원했다면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 아니었을까. 가장 긴장감을 줘야 할 시즌 2의 마지막 중 절반을 넘겨 보고서, 이 시리즈 제작한 사람 중 칭찬해야 한다고 떠오른 사람은 색감을 잘 살린 미술감독 외 없었다.
평점 : ★☆, 과연 시즌 3를 볼 맘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