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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피엔스적 Aug 17. 2023

저는 당신만큼  예민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남다른 감정이 궁금해요


"너는 아무렇지 않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간혹 이런 뉘앙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에게만큼은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실망감을 안겨 줬다니.     

     

공감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사전적 정의에서 감정 만을 놓고 봤을 때 내가 공감을 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건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의 크기와 밀도, 정도의 차이 때문이란 결론이 나온다.     

     

예민하다는 건 그런 거 같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저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 된다. 나는 웃어넘길 일이 저 사람에게는 상처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건넨 말이 저 사람의 폐부를 찌른다.     

     

"너가 예민해서 그래", "너가 참으면 돼", "남들은 안 그러는데 넌 왜 그래"와 같은 말을 던지는 게 얼마나 자신을 못나 보이게 만들었을까.     

     

예민하다는 말은 세심하다는 뜻과 통하기도 한다. 강도라는 단어에 비유하자면, 평균적인 사람들이 10단계로 강도를 구분한다면 예민한 사람들의 단계는 20개, 30개, 그 이상 몇 개로도 나누어질 것이다. 마치 빨간색을 다홍, 적갈색, 붉그스럼 등등 채도와 명도에 따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처럼.


 

반대로 이런 구분마저도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세심하게 감정을 나누어 느끼고, 남들보다 힘들어지는 게 예민한 사람들이다.     

     

이유도 가지 각색이다. 유전적인 이유, 남들이 겪지 못한 일을 겪어서, 환경이 좋지 않아서.      

     

다양한 이유에 대해 한 줄로만 넘어가는 건, 굳이 언급해서


마치 예민한 게 잘못된 거 마냥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보여서다.     

     

잘못이 아니다. 단지 힘들 뿐이다. 그것도 본인이 가장 힘들 뿐이다. 도움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너가 예민한 게 문제다'라며 쉽게 넘어갈 뿐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도와줄 이유를 못 느낄 뿐이다. 도와줄 방법도 모를 뿐이다. 그래서 혼자서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그러지 말자. 내가 느끼는 것보다 힘든 사람에게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건 위로보다는 방관에 가까울 거다.     

     

많은 사례를 접하며 때로는 삼자적인 시각이 오히려 공감하기 쉬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읽는 내내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라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했고, 이겨낼 수 있다는 방법이 마치 '시크릿'을 떠올리게 했고, 결국 '노오오력'의 문제인가, 병원에 한 번 상담을 받으러 오라는 이야기 인가로 마무리 지어지긴 했지만.     

          

어떤 말로 포장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모든 건 내가 느끼기 나름인걸.

반대로 예민한 사람들은 그만큼 타인의 감정에 대해 알아차림이 빠르다. 동조하지는 않더라도 그 기분이 무슨 기분인지는 안다는 의미에서의 공감이다.


이 또한 얼마나 힘들겠는가. 예민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감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기억 속에서 같은 감정을 끄집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로 인해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을 느끼고, 하지 않아도 될 감정의 소모도 겪는 사람들이다.     

     

읽고 나서 의사도 아닌 내가 예민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참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책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언제든 얘기해 줘. 너의 예민한 감정을. 편하게."     

     

     

한 줄 평 : 이해라도 하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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