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각에서의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기만 했는데 양가 부모님은 그 기간 동안 손자, 손녀를 못 보시게 되는 것이 너무 많이 서운하셨나 보다. 마치 짠 듯이 양가 어르신들은 예상하고 있던 대로 '꼭 가야겠니??'라는 말씀 똑같이 하셨고, 우리는 인생의 한 번 밖에 없을 것 같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이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육아 휴직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설득이라기 보단 고집으로 네 분께 진심을 담아 여러 번 말씀드렸고 '그래, 그럼 조심히 다녀와라' 하셨지만, 그 말 안에는 '그래도 가지 말지'라는 숨은 의미를 알고 있기에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2019년 시작과 함께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또 하나의 걱정은 캐나다에 가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영어로 말은 한다지만 그야말로 말을 조금 할 뿐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인지를 모르겠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영어를 쓰며 친구를 사귄다는 건 더 힘들 것 도 같고.. 그러다 보니 영어를 편히 배우게 하기 위해 캐나다에 가기로 했는데 오히려 그것을 위해 더 빡빡한 영어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상황은 아이들 학교에서 말하고 듣는 걸 해볼 기회는 많은 듯 하니 조금 더 학습적인 영어만 학원에서 보충하면 될 듯했다. 캐나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내용을 이해하려면 그 학년에 맞는 독서 레벨은 나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었달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라', '학원 숙제 꼼꼼히 해라' 가장 많은 잔소리를 하던 시기가 이때였지 싶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처음에는 잘하다가 나중에는 나도 챙기기도 귀찮고 한 번씩 하기 싫다 하는 아이들과 싸우기 싫어서 그냥 캐나다에 가서 하자 이러면서 느슨해지기는 했다. 비자다 서류다 챙길 것도 너무 많아 내가 바빠지기도 했고..
그래도 이렇게라도 영어를 가랑비에 옷 젖 듯 놓지 않고 꾸준히 해서인지 캐나다 학교에 가자마자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놀면서 하는 대화는 힘들지 않게 했던 것 같다.
6개월만 체류할 생각이었어서 비자 문제는 심플했다. 관광 비자로 6개월간 캐나다 체류가 가능했기에 관광 비자를 받았다. 6개월간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공립학교를 알아보고, 아이들 재학 증명서, 성적 증명서를 공증받고, 남편 휴가를 내고, 필요한 것도 구입하고, 집도 미리 구하고, 단기간의 차 렌트도 계약하고..
지금은 밴쿠버 정 반대에 있는 온타리오주의 런던에 와 있지만 런던을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밴쿠버 준비는 매우 심플했다. 단기 이기도 했고 그냥 처음 해보는 외국 생활에 들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 즐거웠기 때문이랄까? 늘 시작 전까지가 가장 설레는 법! 진짜 밴쿠버를 준비할 때는 행복하기만 했었다. 나중에 런던에 오게 되는 과정도 글로 남기겠지만 런던에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와야 했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어마어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 유학원에 상담을 가서부터 밴쿠버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그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송별 파티는 어찌나 많이 했는지.. 송별회를 해주신 분들께 조금께 민망할 정도로 체류 기간인 6개월은 매우 짧았다. 조금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