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단언집 04화

선물

타인에게 어떤 물건을 주는 것, 또는 그 물건

by 유예리


어릴 적 선물은 내게 설레는 존재이기만 했다.

반듯하게 포장된 선물을 보면 궁금했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손에 쥐면 세상을 쥐는 기쁨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선물은 내게 마음에 짐이 되었다.


카카오톡 생일 알림으로 받게 되는 무미건조한 기프티콘들, 꾸역꾸역 그의 생일날 보답해 보내는 의미 없는 기프티콘. 휴가를 다녀온 뒤에 전하는 미안함과 의무감에 뒤섞인 기념품, 그리고 잘 보이기 위한 뇌물에 가까운 물건들.


차라리 평생 선물을 안 받는 한이 있더라도,

감흥 없는 주고받음의 굴레를 끊고 싶었다.


그러했던 내게, 선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기도록 만들어준 이들이 있다.

함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팀원들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서 직장을 그만두며, 오랜만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난의 순간마다 그들이 내게 주었던 조그만 물건은 마음이었고 위로였다.

어려운 순간 전해줬던 포스트잇과 간식은 매일 출근을 버틸 수 있는 힘이었고, 마감이 다가오는 순간에 받았던 차분한 티백은 여유를 줬다.


퇴사하는 날 함께 밥을 먹자며 잡은 약속,

그때부터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한 선물을 골랐다.

만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어울릴만한 물건을 고르고 골랐고,

악필의 나를 다독여 내가 바라봤던 팀원들의 예쁜 모습을 편지로 써서 전했다.


이때의 선물은 결코 짐이 아니었다.

선물을 고를 수 있을 만큼 애정하고 있음을, 기쁘고 순수한 선물은 고마움을 전하는 새로운 언어의 방식임을, 나 자신의 긍정의 표현이 다채로워짐을 느끼는 성장의 순간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자.

내가 더 다정하도록 노력해 보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슴없이 이해해보려 하자.

그리고 터득한 긍정의 표현을 다듬어 풍부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그렇게 다짐했다.

keyword
이전 03화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