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2024년 2월 1일
시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져 수술을 했다. 병원에서 회복되길 기다리는 중 설 명절이 왔다. 서둘러 퇴원하겠다는 시어머니를 가족 모두 말렸다. 명절에 모인 식구들에 음식 하나라도 더 챙겨주랴 바삐 움직이다 발을 바닥에 딛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우리 자식들끼리 알아서 먹을 것 챙겨서 명절을 지낼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했지만, 시어머니는 굳이 퇴원을 하셨고 시댁에 방문한 나는 가스버너를 바닥에 놓고 그 앞에 앉아 돼지고기를 삶고 있는 시어머니를 마주했다.
최근 친정엄마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 수술과 두 달간의 입원에 지친 엄마는 추석 명절에 꼭 퇴원하겠다 하셨다. 엑스레이를 찍어 상태를 보니 연세가 있어 회복이 더딘 상황. 어차피 입원은 두 달 까지여서 퇴원하고 다시 입원해야 하지만 더 앞당겨 명절에 꼭 퇴원하겠다 하신다. 자식들 입에 음식 하나라도 더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이 음식 해라, 저 음식 해라. 이것저것 다 꺼내 차려라, 친정아빠와 우리를 가만 두지 않을 것 같고 그러다 성이 안 차 스스로 하겠다고 움직이실 것 같아 다들 말리지만, 굳건하시다.
그날은 아이들이 말을 잘 들어서인지 나의 마음은 편안했다. 저녁식사를 완벽하게 하고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해 놓고... 아~ 좋구나~ 노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중에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다. 그 순간! 남편 얼굴을 마주한 그 순간, 내 깊은 곳에서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표정은 일그러지고, 입은 툭 튀어나오고, 손은 팔짱 꼈다가 풀었다가, 내가 오늘 육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네가 아느냐를 나의 모든 걸 동원해 기어코 표현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남편의 긍정이든 부정이 든 간에 어떠한 반응을...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 같은 나는 그를 보면 화가 절로 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탁구공이 두 사람의 채에 통통 튀듯이 나의 하소연과 그의 반응은 우리 눈앞에서 통통 튈 것이다. 그는 날 우쭈쭈 달래주거나, 어느 날은 화를 내기도 할 것이다. 이 짓은 분명 첫애를 낳은 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항상 해오던 행동이었다.
나의 연애는 항상 같은 패턴이었다. 남자친구 행동에 불만이 쌓여 징징거리다가 결국 차이기. 어랍쇼? 그런데 이 사람(남편)과의 연애는 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는 출근시간, 오전, 점심, 퇴근시간에 내가 시키지도 않은 안부전화를 빠짐없이 걸었고, 내 말에는 무엇이든 오케이 하는 그런 남자였다. 그러니 당연히 싸울 일은 없었고,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불편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아 벗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싸움을 걸었다. 꼬투리 하나 잡아 징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징징 거리면서 싸우고 나면 마음이 지치고 힘들지만, 그 힘듦이 불편하지 않았다. 힘들게 연애해야 내 마음이 편했다. 왜냐하면 그 전의 연애들이 그랬으니까. 그게 익숙했으니까.
친정아빠가 안절부절못한다. 우리 집 장남이 올케 대신에 설거지를 하니깐 말이다. 보다 못한 아빠는 결국 불편한 며느리 대신 시집 안 간 시누이인 날 부른다."네가 대신해라. 남자가 설거지하는 것은 못 본다."
내가 결혼 후 시댁에서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되어 남자가 설거지하는 것은 못 본다는 그 심리가 순전히 너무 궁금해 아빠께 전화해 물었다. 아빠는 그냥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남자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답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