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2
아들이 한창 마음이 아플 때, 아들과 나 둘이 횡단보도를 건넌적이 있다.
파란불로 바뀌고 3초 정도 지나 아들이 나보다 앞서서 건너는데 (아들은 나의 손 잡기를 거부했다) 오른쪽에서 거대한 덤프트럭이 속도를 내고 우릴 향해, 아니 아들을 향해 돌진했다.
반사적으로 나의 손은 아들 목 뒤 옷깃을 움켜 쥐었고, 빠르게 아들을 뒤로 잡아 당겼다.
횡단 보도 건너는 사람들 모두 멈칫했고, 그 공간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 덤프트럭은 너희들이 그러던가 말던가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이 그 속도 그대로 쌩하니 우리를 지나쳤다. 몸이 떨렸다. 아들이 그트럭에 치었다면...생각만해도 끔찍했다.
아들은 왜 옷을 잡아당겼냐고 나에게 얼굴을 붉혔지만, 내가 널 살렸다 이놈아!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차 도로를 건너는 나에게 전혀 위안을 주지 않는다.
초록불이 나와 우리애들을 지켜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온전히 믿을 것은 나의 곤두선 신경 뿐이다.
이 사실이, 솔직히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