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그녀는 베트남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왔다.
그녀는 비가 내리면
"언니 베트남은 비가 내리면 애들이 밖으로 나와요. 그래서 비 맞아요. 평소에 씻기 힘드니깐 비 맞는거에요."
그녀는 눈이 내리면
"한국에서 눈 처음 봤어요. 신기해. 저는 눈 내리면 꼭 밖에 나가서 구경해요."
그녀는 가을이 오면
"언니, 베트남은 단풍이 없어요. 이리 낙엽지는 거 처음봐요. 나뭇잎 색이 이리 변하는거 너무 신기해요. 예뻐."
엄청난 용기로 한국남자를 만나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간장게장을 좋아한다.
나는 그녀와 간장게장을 먹을 때는 먹는 속도를 느리게 해야한다. 그녀는 게의 다리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간장의 짭조름이 스며있는 다리 살을 쪽 빨아 먹고 막 지어낸 밥 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는다. 입안에서 게살과 간장, 밥이 어우러진다. 반응이 과하지 않는 그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하면 맛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제 몸통 부분을 먹을 차례다. 몸통안에 고이 담겨있는 간장과 살을 따뜻한 밥 위에 얹어 살살살 비빈 후 밥 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는다. 이번에도 그녀는 입안에 감도는 게장의 맛을 천천히 음미한다.
그녀는 게장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맛을 느껴보겠다는 집념이 있지만, 절대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아주 조용히 쩝쩝거림 없이 게장의 맛을 느낀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베트남에도 간장게장과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좀 다르다고, 게를 삶아서 간장에 조리는 것이라 했다. 한국에 올때 그 게를 싸와서 한국 음식에 적응 되기 전가지 그것만 먹었다 한다.
그녀가 간장 게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베트남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한국에 동화되는 느낌을 주는 음식이어서 일까? 어찌 되었든 간장게장은 최고 맛있는 음식이긴 하다.
나는 그녀가 한국에서는 고생없이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