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상처를 함부로 평가하고 싶지 않아.
삶을 살아가면서 고민과 번뇌, 고통과 마음의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상처를 뜻하지 않게 듣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다 그런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산다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걸로 치부해 버리겠는가
아니면 너의 그 상처쯤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라는 듯 뭐 그런 걸로 상처를 받냐고 말하겠는가
그것도 아니면
"그래 그런 걸로 상처받을 수 있지 근데 뭘 그렇게 오래 그걸 안고 있어? 그냥 잊어버려"
라며 상처를 안고 있는 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려 하는가?
상처를 받은 자가 본인이 그걸 안고 있고 싶어서 붙들고 있을까. 나에게 숨겨진 이런 상처가 있다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일 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평소에 아무 일도 없어 보였던 늘 괜찮아 보였던 사람들이 사실은 스스로 그런 모습들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꽁꽁 감추고 있다가 드러냈을 때 또는 나의 상처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혹여나 나는 누군가가 본인의 상처 입은 마음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내 상처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았을까?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서 듣고 있는데 나의 상처를 얘기한다는 것이 사실은 마치 누구의 상처가 더 큰지 보여주려는 듯 암묵적으로
'너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네 것 보다 더 한 상처를 가지고 있어'
라며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본인의 방식대로 재고 따지고 하는 숨은 뜻이 있지는 않았을까.
똑같은 일을 경험해도 누군가에게는 더 무거운 경험으로 더 고통스러운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암묵적으로 타인의 고통의 경험을 우리는 내 경험과 비교를 하며 누구의 상처가 더 아프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지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난 본인의 약점을 용기 내어 드러낸 사람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과연
누군가 나에게 본인의 약점을 기꺼이 드러내준다면 나는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까.
예를 들어 그 누군가가 나의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그의 상처가 나에게서 비롯되었다고 그가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가장 최악의 답변을 피해서 말해주고 싶었고 그렇기에 최악의 답변을 먼저 생각해 보았다.
1. 아니라고 반박하기
2. 나도 너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다고 반박하기
3. 언제까지 그런 걸로 상처나 받을 거냐고 말하기
그런데 이미 워딩에서 느꼈다시피 위에 적은 대로 말한다면 나는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 뻔하다.
누군가의 상처가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적어도
"내가 그때는 무엇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
라며 지루할 정도로 길에 늘어트린 핑계가 아닌
"내가 그때는 무엇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
라며 오히려 상처받은 사람에게 본인을 더 이해해 달라고 하는 요구가 아닌
그저 진지하게 경청해 주는 것과 진심 어린 사과일 뿐이다.
내가 왜 너에게 그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고 싶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정도의 길이라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여기서 '적절하다'의 기준을 모르겠다면 상대방이 본인의 상처에 대해서 다 말을 끝내고 난 후 한 줄 을 넘기지 않는 본인의 설명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 한 줄을 넘긴다면 당신의 말은 그저 주저리 늘어트린 핑계와 함께 나를 이해해 달라는 것 밖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숙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