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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Apr 10.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아파야 안다. 아파야 겸손해진다.

마흔 살이 넘으니 확실히 건강에 신경이 쓰인다.

주변에 건강한 사람보다 아픈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의 암 투병 소식을 전해 듣고, 겨울도 아닌데 친구의 머리카락에는 하얀 눈송이가 수북이 내려앉았다.


얼마 전 친한 형이 목욕탕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묘하다. 진짜 우리가 그 정도로 약해졌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감사함을 몰랐던, 지난날의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마음껏 술을 마셔도 그다음 날은 항상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몸에게 허락을 구한다. 저절로 겸손해진다.


스스로의 상태에 대하여 묻게 된다.

조금 덜 자도 괜찮겠니? 한 캔만 더 먹어도 되겠니?


비우게 된다.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

재산, 직업, 명품 옷 등 껍데기 보다 내면을 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절제를 배운다.

안 되는 것들도 있다.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

소중한 이들에게 진심을 다하게 된다.


삶은 유한 하기에 사계절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무한함을 동경하고 추구할 수 있다.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감사가 많아진다.

다시 못 올 수도 있는 시간과 감정이기에 더없이 소중해진다.


삶에 대한 진정성이 깊어진다.

그동안은 제대로 보고, 느끼기 위한 연습이었나 보다.


나이가 들수록 잃어가는 것들도 있지만.

채워가는 것들도 많다.


밤이 지면 아침이 오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듯


자식을 보고 지나온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거울을 보고 시간의 신비로움에 절로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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