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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Jul 14.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시행착오는 삶의 선물이다.

얼마  서울에 교육 연수를 다녀왔다. 오랜만에(7~8년?)

모든 게 익숙한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를 접하니 신을 거꾸로 신은 듯 모든 게 불편하고 어색했다.


경부고속도를 4시간 정도 달려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 지하철 타러 가는 길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40 남자가 다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가 된 듯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묘하게 재밌기도 했다. 


어쨌든 삶의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때문인지, 추측 건같은 방향 사람들을 눈치껏 따라 하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지하철을 잘 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출입문 쪽에 바짝 붙어 서서 노선도를 하나하나 세어 보면서 짬짜미 호텔 홈페이지의 위치 안내 설명도 찾아본다.


설명에는 5번 출구, 도보 5분 거리로 금방 찾을 것 같다.

지하철 5번 구를 나와서 동서남북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걸었다.  호텔이라 가다 보면 눈에 띌 것 같았다.


욕심내지 않고 가다 보니 호텔을 최단거리로 가지 못하고 반대편으로도 갔다가 엉뚱한 건물 안에도 들어갔다가 

호텔 근처를 빙빙 돌고 있었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며 

옷을 적시며 피곤함의 수위가 온몸을 타고 범람하고 있었다.


꽤 시간이 흘렀고 나는 호텔에 녹초가 되어 결국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이른 연수 참석을 위해 빨리 잠을 자야 했다.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서울 시티뷰를 보며 위스키

한잔에 책을 읽어보려던 나의  감성과 서울의 첫날밤은 무거운 눈꺼풀에 덮여 함께 잠들었다.


아침일찍 일어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어젯밤 사방팔방을 헤매고 다녔기에 연수원이 서울 어디에

위치하든 이제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남들은 연수원까지 택시를 타고 가지만,

어젯밤도 걸었는데 내가 이까짓 거 걸어서 못 다니랴!라고 하는 자신감이 솟구쳐 올랐다.


어젯밤 시행착오는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나만의 경험이고 과정이고 확장이었다.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경험한 모든 게 도움이 되었다.


정말 어젯밤과는 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님이 눈을 뜨는 것처럼  세상이 환하게

환대해 주는 느낌이랄까.


전날밤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다 보니 

모든 게 훨씬 수월했다.


어디에 음식점이 있었고, 주유소가 있었고

생활편의시설이 어디에 있었는지 이미 머릿속에 다 그려졌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일한다고 운동이 부족했는데

건강까지 좋아졌다는 생각에 개운하면서 뿌듯했다.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연수원 동료에게

메뉴별 음식점 위치까지 서울사람 마냥 여유롭게

알려주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나는 다시 한번 느낀다.

생은 경험이고 해석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일체유심조)


어떤 상황이든 어려운 문제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

중요성과 가치와 의미를 어디에 부여하느냐.


보는 관점과 해석에 따라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떡하든 최단거리를 원한다.

그리고 최단거리로 도착한 사람들을 위주로

사회에서는 칭송하고 1등이라 명명한다.


근데 1등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돌아갈수록 맛깔난 것들이 많다.

더 많은 세상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자기만의 방향과 속도로 가다 보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리어카를 밀고 가시는 어려운 분들도 눈에 들어오고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수도 있다.


이리저리 헤매다, 막다른 길에서 돌아도 나오고

가는 길목에 공원 화장실도 무료로 이용해 보고

벤치에도 앉아본다. 앉았던 사람들의 세월을 느껴본다.


덕분에 길도 물어보고 말도 걸어보고

사람구경, 학교 구경, 꽃구경도 덤으로 할 수 있다.


1등으로 연수원에 도착해서, 남은 시간 스마트폰으로 쇼츠에 빠졌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선물이다.


따뜻한 마음의 평화가 와서 딱딱한 강의를 평소보다

말랑말랑하게 더 많이 수용할 수도 있다.


1년 365일, 365개의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한 가지 길만, 빠른 길만 고수한다,


1등 하기 위해서 길은 필연적으로 막히고 사람들은

싸우고 서로를 비난하고 악착같이 경쟁한다.


하지만 각자의 길을 각자의 속도로 나아간다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


베스트원 보다  나는 올리원이 되고 한다.

나는 나만의 길좋다. 다소 구불구불하더라도 말이다.


나라는 사람은 항시 그렇다.  사회의 기준보다 나의 마음 길을 따라 산다. 브런치글도 그냥 내가 오케이 하면 발행한다. 퇴고는 하지도 않는다.


아마

나의 글도 최종 목적지를 향해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중일게다.


무엇을 하든 두려워하지 말자.

남의 눈치 보며 자신을 가두지 말자


남의 평가, 말에 결코 휘둘리지 말자.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걸어가자.


시행착오는 삶의 선물이다.

시행착오는 사고의 폭과 경험의 외연을 확장시킨다.

시행착오만큼 삶은 풍요롭고 다채로워진다.


저스트 두잇, 유 아 더 온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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