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가을의 끝에서 내가 보였다

가을 연작시 에필로그

by 정하

가을을 네 편의 연작시로 건너오는 동안
나를 바라보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웠습니다.

떠난 것들은 멀어졌지만,
사라진 것들 속에서
더 깊어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낡은 이름을 건져 올렸던 손끝,
잎맥 사이로 스며들던 빛,
떠나간 이야기가 남긴 쉼표,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흔들렸던 순간들.

그 모든 장면 속에서
나는 어느새
가을이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 조용히 지나가는 길을

내가 걷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라지고 남은 것들의 틈에서
나는 다시 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계절을 맺는 한 줄의 나이테가
뚜렷하게 새겨진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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