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녀회에서 당일로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 많이 웃을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귀촌한 지 20여일 만에 마을 부녀회 회원들과 나들이를 갔다고 하면 다들 내게 찬사를 보낼 것 같다. 시골살이 적응 잘한다고.
20대에 읽었던 서구에서 발행한 자기 계발서에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을 많이 노출하라는 말이 있었다. 오늘 여행은 나를 부녀회장에게 노출했기 때문에 얻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상주로 이사를 하고 며칠 후 팥시루떡을 사서 가까이 사는 몇 집과 이장에게 가져다 드렸다. 그랬더니 이장이 지나다가 남편을 만났을 때 노인회 회장과 부녀회장에게도 인사를 한 번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방문한 부녀회장 집에서 스카이 로켓 향나무를 보았고 이름이 궁금한 나머지 그다음 날 전화를 해서 그집을 둘러싸고 있는 키크고 멋진 나무에 대해 물어보았다. 통화가 끝나고 잠깐 후에 부녀회장이 전화를 했다. 냉이를 캐지 않겠냐고 묻기 위해서. 내가 고대하던 활동인지라 바로 비닐봉지와 칼(냉이는 호미가 필요했었다)을 들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냉이를 캐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나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산책하기 좋은 둑방길도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는 헤어지기 전 부산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원하면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스카이 로켓 향나무에 대해서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부녀회 부산여행에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한 번 찾아가 음료수 박스를 건네는 그런 짧은 만남으로는 나를 각인시키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해서 나를 한 번 더 노출한 것이 내가 마을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게 해 준 것이다.
오늘은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나를 노출했다. 특히 옆자리에 앉은 75세 언니와 특별초대손님인 이장에게. 75세 언니와 대화 중에 마을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스포츠댄스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초등학교에 탁구모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배우고 싶었던 스포츠댄스를, 서울에서 배우고 있었던 탁구를 계속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노력만으로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지만 작은 노력이 삶의 변수로 작용한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나를 노출하면서 마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이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한 나만의 시간은 잘 지키면서 말이다.
(대문사진: 부산 동백섬의 동백꽃, 위사진: 부산 해운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