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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Jan 06. 2024

멋지고 힙한 채식주의자들

‘비거닝’을 읽고

이제 채식은 "이상한" 사람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지구 환경을 염려하는 젊은이들이 채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비거닝’은 젊고 힙한 10명의 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각자 개성 있게 채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물의 생명권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참으로 진지했다. 나는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들은 동물과 지구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동물과 지구를 위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고 나아가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비인간 동물과 식물, 그리고 지구를 착취할 ‘특권’이 인간에게 없음을 깨닫는
것만큼, 채식을 할 수 있는 ‘특권’에 대한 성찰을 우리가 함께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그 특권을 감각하지 못할 때, 타인과의 연결성을 유실하는 오류를 겪는다. 특권을 깨닫고, 나의 특권을 우리의 특권으로 확장시킬 때 차별과 착취가 사라지는 세상에 가까워진다. 채식은 정답이 없다. 각자 창조적 방식으로 채식을 실천하고, 그 과정이 인류의 한 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길 바란다.
(160-161쪽, 조한진희)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먹는 고기를 위해서 가축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도축되는지 모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현대의 비윤리적인 축산업의 실상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류가 애초에 야생동물들을 가축화한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역설한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미래에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여 인간이 유능한 사이보그가 되었을 때 그에 비해 무능한 진짜 사람들은 사이보그들에 의해 지금의 가축과 같은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말로써 지금의 인간 대 가축의 관계를 선명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지능이 있는 동물들이 느끼는 고통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식물은 생명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적어도 식물은 동물과 같은 신경계는 없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지구를 위해서도 동물이 해방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지구는 생물이 다양해야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이 지구에는 야생동물에 비해 가축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전체 포유류에서 인간이 34%, 가축이 62%를 차지하는 불균형 상태이다. 그리고 가축을 기르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나무가 베어지고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 가축들은 트림과 방귀와 분뇨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소고기 단배질 1kg을 얻기 위해 643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67쪽)


동물들도 불쌍하고 지구도 걱정되지만 고기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채식으로 어떻게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지 걱정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한다. 완전한 채식이 어려우면 고기 섭취를 줄이고 일주일에 어느 하루라도 날을 정해서 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한다. 재치가 넘치는 박규리 작가는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하기 위해서 친구 6명을 모아서 채식하는 요일하나씩 맡아서 채식하기로 한다. 그러면 자신이 일주일 내내 채식한 것과 같은 결과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그리고 다양한 채식 방식이 있으니 융통성 있게 채식을 해도 된다. 고기는 안 먹고 어류는 먹는 소위 프레스코 베지테리언, 채식에 달걀과 우유는 먹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채식에 달걀만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 우유만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 등 다양한 채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유연하게 채식하는 플렉시테리언까지 있다.


단백질 염려증에 대해서는 의사인 이의철 작가가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심지어 콩이나 두부를 일부러 챙겨 먹지 않아도 현미, 감자, 옥수수와 같이 건강한 탄수화물도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고지혈증을 치유하고 싶거든 어류, 육류, 달걀, 우유, 식용유를 끊으라고 말한다고 한다. 간단히 약을 복용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정하든지 아니면 음식으로 조절하든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고 하면서. 목록에 식용유는 왜 들어갔는지 궁금하면 오마이뉴스에 올린 그의 칼럼 <‘식용유’ 노예 된 당신, 건강을 도둑맞았다>을 보면 된다.


이제 우리도 일상에서 비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규리 작가가 말해준다. 영국은 벌써 3년 전(책이 출판된 2020년 기준)부터 비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비건식당이 많이 늘어났고 인기 있는 비건식당은 예약 없인 입장이 어렵다고 한다. 또한 유럽은 채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고 하니 우리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 책을 기획한 편집자에게 감사하고 싶다. 자신의 생각이 분명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그런 멋진 사람들을 한꺼번에 많이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온 작가들의 다른 책을 찾아 읽고 싶다. 그들을 더 알고 싶고 그들의 통통 튀는 글솜씨를 즐기고 싶다. 그들의 글을 더 읽다 보면 나도 그들처럼 생명감수성이나 환경감수성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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