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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Feb 22. 2023

떠난 사람이 잊혀질 권리

블랙미러: 돌아올게(Be right back)

오늘 '출발 메타버스 여행' 주제는 제가 메타버스 강연을 나갔을 때마다 메타버스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꼭 언급했던 콘텐츠인 '블랙미러: 돌아올게'입니다. 넷플릭스의 옴니버스식 콘텐츠인 '블랙미러'는 현재 시즌5까지 제작 되어 있으며 미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벌어질 사건 사고들이 대부분 주제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거론하는 이 주제를 왜 이제서야 쓰냐 한다면, 이 글을 쓰기 위해 원기옥을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혹은,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써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콘텐츠 감당할 수 있겠어요?


2020년 부터 현재까지 제작 중인 MBC의 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는 사연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떠난 많은 이들을 VR속에 구현했습니다.

2020년 Mnet의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에는 혼성그룹 거북이의 터틀맨이 홀로그램으로 되살아 났습니다.

2023년 tvN의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는 전원일기의 응삼이 박윤배 씨가 AI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됐습니다.


제가 이 부류의 콘텐츠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참으로 인간들이 잔인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의 아픔과 슬픔을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저 위의 모든 콘텐츠를 보고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은 없죠. 우리는 최신 기술을 통해 죽은 사람을 복원해 놓은 것을 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하나요? 그것도 망자의 가족을 앞에 앉혀놓고 오열하는 모습을 수대의 카메라로 찍고 있습니다.

 

(좌) tvN '회장님네 사람들(2023)', (우) Mnet '다시한번(2020)'

여러분은 이 콘텐츠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누군가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눈물 흘릴 수 있는 감동 포르노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너무도 불쾌한 골짜기일 뿐입니다.


(불쾌한 골짜기: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해당 존재가 인간과 많이 닮아 있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




Be right back
Netflix 블랙미러 '돌아올게' 중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돌아올게' 콘텐츠로 저도 돌아오겠습니다.

극중 남자 주인공 애쉬는 아내 말사가 집에서 기다리는 동안 사고로 인해 망자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말사의 친구는 슬픔을 해결해 줄 방법이 있다며 죽은 애쉬와 채팅을 연결해 줍니다. 실제 애쉬의 말투를 그대로 학습한 AI로 말사는 애쉬가 살아 돌아왔다고 착각하게되죠. 죽은 애쉬는 채팅에서 통화로, 통화에서 AI로봇으로 되살아나게 됩니다. 비싼 서비스지만 말사는 기어코 구매를 할 수밖에 없게 되죠. 사랑하는 애쉬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간 애쉬와의 이질감이 느껴지고 '불쾌한 골짜기'의 한계를 느끼는 말사는 결국 애쉬를 처분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결말까지 공유하지는 않겠지만,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이건 꼭 본 콘텐츠 필수 시청입니다.




다시 물어볼게, 감당되겠어?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메타버스와 AI휴먼에 대한 엄청난 윤리 문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과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죽은 사람을 AI휴먼이든 딥페이크든지 하는 기술로 보관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죽은 사람에게는 잊혀질 권리가, 산 사람에게는 잊고 살 권리가 있는 것이죠. 혹자는 "야 너도 너의 소중한 사람이 죽어봐, 그걸 인정할 수 있겠냐?" 할 수 있습니다. 네 인정 할 수 없겠죠. 없으니까 더더욱 잊어야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앓고 앓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겠습니까만은, 그렇다고 이미 죽은 사람을 잠시나마 산 것 처럼 마음을 위안 시켜주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요? 오히려 이승과 저승의 중간에서 괴리감만 더 키울 뿐입니다. 인간은 이 혼란스러움을 견디기에는 한 없이 나약한 존재이기에 이 콘텐츠를 시작하고싶다면,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해야 합니다.




블랙미러 '돌아올게'의 주인공은 애쉬(Ash)입니다. Ash는 우리말로 재, 잿더미의 의미도 있지만 유골, 유해의 뜻도 가지고 있죠. 영화 속에는 실제 사람과도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지만, 주인공 애쉬는 이미 잿더미와도 같은 유골로 뿌려졌습니다.


떠난이가 잊혀질 권리, 그 권리를 산 사람이 쥐락펴락할 권리는 없습니다.


메타버스 김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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