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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Mar 07. 2023

메타버스 모쏠탈출기

우린 안될 거야, 아마

온라인에서 내 외모를 감추고 이성을 만나는 것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만한 이야기입니다. 편지를 통한 펜팔부터 웹상에서의 채팅, 그리고 미래에는 가상현실에서까지 이런 유형의 러브 스토리는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오늘은 펜팔부터 메타버스까지 이어지는 가상현실 러브스토리의 변화와 우려 한 방울입니다.




펜팔의 매력_기다림에 관한 이야기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은 지독한 첫사랑에 대한 기다림의 이야기입니다. 비록, 첫사랑으로 오해하고 오랜 시간 편지를 주고받은 대상이 첫사랑이 아닌 그녀의 동생이었지만, 그래도 주인공 영호(강하늘)의 간절함과 지독하리만치 순수한 마음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펜팔의 매력은 수시로 우편함을 확인하는 설렘과 비어있는 우편함이 삐걱거리며 철컥 닫힐 때 함께 철렁 내려앉는 실망감에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서로를 상상만 하며 서로의 마음을 기다리는 것이 매력이죠. 그래서 이 영화는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대사로 시작하죠. 




PC통신과 채팅_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


영화 '접속(1997)'


배우 한석규 님, 전도연 님 주연의 영화 ‘접속(1997)’은 일찌감치 온라인 채팅을 소재로 가슴 뜨거워지는 멜로물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명작이죠. 이 영화 또한, 주인공 동현이 옛사랑으로 기대하고 접속한 PC통신(채팅)에서 수현을 만나 실망하지만 서로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렸죠.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구성과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물론, 영화 접속이 먼저이니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접속을 닮은 것이겠지만요. 길이길이 남은 이 영화의 명장면은 역시 두 사람이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일 겁니다. 잘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그럼 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를 한번 들어보고 오시죠! 듣는 순간 장면이 떠오를 실 겁니다. 




‘비와 당신이’ 메타버스 세상으로 ‘접속’하기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5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이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봐야죠. 메타버스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어떻게 변할까요? 펜팔과 PC통신, 화상 채팅과 메타버스는 다른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바타’죠. 제가 속한 B2B SaaS 메타버스 엘리펙스에서 진행했던 대학생 서포터즈 프로그램에서 12명의 대학생 영리더스들은 메타버스 시대가 가져올 장점으로 ‘평등’을 꼽았습니다. 이야기인즉슨 아바타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바타는 자신을 감추는 익명성과 함께 사용자에게 자신을 다른 자아로 표현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가면'을 제공합니다. 그럼, 영화에서는 아바타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블랙미러 시리즈의 시즌5 1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아바타로 인해 벌어질 사랑(?)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뇌를 조작하여 가상현실로 들어가게끔 만드는 뇌공학의 정점인 미래의 XR을 통해 가상현실의 게임으로 접속합니다. 이 게임 안에서 자신의 현실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게임 캐릭터에 빙의되어 게임 속 이성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함께하게 됩니다. 하지만,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돌아온 현실에서 알게 된 상대방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였죠. (아슬아슬하게 스포를 피해 갔죠?) 꼭 한번 시청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바타’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현실 그 자체인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메타버스 접속 장면


현재도 XR기기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새로운 만남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동료의 추천으로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진행해 봤습니다. 전 세계 사람과 게임 공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눠봤을 때 PC게임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와 ‘레디 플레이어 원’에 대입해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역시나 ‘오감’이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메타버스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시각과 청각뿐이죠. 


개발 중인 오감 체험 디바이스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이 나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아바타를 만지고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아바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도, 인간이 아닌 존재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죠. 그 대상이 캐릭터나 AI가 아닌 실제 사람이 숨겨져 있다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구요. 


메타버스상의 아바타는 나를 나타내는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가면을 쓴 나의 자아이기에 아바타로 인해 수많은 윤리적 문제가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성’이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듯이 ‘아바타’는 메타버스 시대의 업그레이드된 ‘익명성의 가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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