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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in Mar 16. 2023

외로움 극복 방법이 적힌 책이 있다면 구매하시겠습니까?

교환학생

아, 외로울 때 어떻게 했더라. 교환학생에 다녀온 후 정신없이 이사를 갔다. 엄마의 직장을 시골로 옮기면서 많은 게 변했다. 고등학교 후, 여느 학생들처럼 대학교를 다니다가 때가 차 졸업을 하니 나는 이름 모를 시골에 있었고, 그렇게 혼자 놓여졌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소리가 없는 동네. 한 번 떠난 버스가 더 간절해지는 동네에 살고 있다.

창문 밖에는 건물보다 나무와 논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텅 빈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집 뒷골목 굴다리 밑을 지나면 동네 도서관 하나가 있다. 열람실에는 할아버지가 투박한 손으로 노트북을 타이핑하고 있었고, 할머니가 부동산 관련된 책을 읽고 계셨다. 젊은 사람들만 가득 찬 공간만 다니던 나에게 이 도서관은 과히 이색적이었다.


오늘은 단잠을 잔 후, 외로움이 먹구름처럼 몰려왔다. 먹구름 덕분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외로움에 흠뻑 젖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고민 끝에 나는 아직 프랑스 공기 냄새가 스며 든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그때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기록하기였다.


어떤 날은 힘이 부쳐 일기조차 쓸 수 없는 날이 있었다. 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잘 정리된 책상에 앉아 펜조차 잡기 버거운 날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조차 힘든 날에는 골방에 박혀 내내 누워있다가 집 근처 산책을 나갔다.

생각보다 바람이 주는 위로가 있다. 많은 고민을 안고 집을 나서지만 텅 빈 바람을 맞고 있으면, 그 바람결에 따라 내 고민과 복잡함을 날려버린다. 또, 어떤 날은 초점 없는 눈으로 이정표도 없는 길을 한없이 걷다가 보면 어느새 내 두 발이 이쯤이면 됐다며 나를 집으로 데려가 준다.

일기를 펼쳐보니 그때의 나는 두 발로 서서 바람을 맞기도 했고, 도망가기도 했었다. 

가끔 지독한 외로움은 나를 성장시켜주기도 했다. 교환학생 동기들 중 유독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내고 왔던 나는 외로움을 직면할 일이 잦았다. 가볍게 지나갈 것들은 보내고 나면 그 다음엔 뭐가 올지 긴장하며 주먹을 쥐게 되지만,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갈 때는 오히려 힘을 풀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기까지 하게 된다. 

사람은 절대 외로움을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청춘의 시기를 남부럽지 않게 채우기 위해 노력했었지만, 나도 가끔은 텅 빈 눈으로 남들이 청춘의 한 페이지라고 부르는 여행을 준비할 때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적힌 일기가 있다면 구입하시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먹구름이 몰려올 때, 외로움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에는 어떻게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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