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질 속 잔심

내가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 부여하는 진심

by 휴사



당신은 스스로 자신 있거나 잘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을 갖고 있는가?

언제까지나 현 상황을 지속할 수 있다 생각하는 자신감이

타인의 가벼운 저울질에 한없이 추락할 때 난 그 모든 것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절벽에 내몰려 보았을 때

그것이 얼마나 유구한지 느껴보았다.




어떠한 객체 자체를 있는 그대로 순순히 좋아하고 그것의 모든 부분을 통째로 사랑한다.

그 정도가 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머리를 쥐어뜯게 될 것만 같은 현실 앞에서 생각이 몇 번이고 회절 하기를.


타인의 시선 때문이 아니다.

안정적인 미래를 가져다주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멋있어 보여 서가 아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가 아니다.

넘치는 부를 약속함이어서가 아니다.

지금껏 행해왔던 게 어느덧 익숙해져 편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앞선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겐 합당한 본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 하나하나가 너무나 마력적이기 때문이다.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은 건 당연하다.

안정감은 누구나 원한다.

겉으로 보이는 미는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멀리서 보면 커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작아 보이는 것은 흔히 존재한다.

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고 피로 쓰지 않은 약속은 쉬이 깨진다.

사람은 낭패 없이 발전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매번 꾸역꾸역 넘겨왔다.

어떤 것도 결국 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싫어져서이다.

안일하게 임했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나에게 더욱더욱 더 그럴듯한 명분과 순수함을 강요해 왔던 오늘이었다.

이 또한 내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마음속에 한 차례 타고 남은 잔심이 남아있다면

이와 같은 잔가지들은 지겹지도 않게 기어코 날 가로막는다.



그것이 어떤 모양새건 당신이 추구하는 바에 온연히 들어찼다면 상관없겠지만

잔심또한 내가 그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을 뿐.

진심이라고 정해준다면 그렇게 정해지지 않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장인정신 따위의 것들을 부여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간다,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뿐으로 만족되지 않는다면 나아갈 길이 서서히 명확해진다.



가장 먼저 하찮은 저울질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감히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벼움으로 내지르는 손놀림에

나의 내면이 뒤섞여지지 않을 것.



이후로 한 가지 다짐을 하려 한다.

조금이라도 설레어지는 것에 손을 뻗고

망설임을 두 번 이상 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고 발을 디뎌보기로 했다.




죽기 전 한 번이라도 다시 이 글을 봤을 때

설사 하찮게 내팽개쳐진 자신이 보이더라도

다시 기억하여 끝까지 손끝에 힘을 주게 하는 글을 남기고 싶었다.


다만 이러한 원동력을 지금껏 누구한테 받아왔는지

오만하게 잊는 경우만 없기를 바라며.





그림-artem chebok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