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윙 날리는 아들을 보았다

… 아들아?

퇴사와 함께 반강제적으로 주부? 전업맘? 타이틀을 달았다. 아들의 하루를 온전히 함께 해보니 아이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몰랐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원래도 키우기 쉬운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각종 아들 육아서를 읽어봐도 기억에 남는 건 여자와 남자의 뇌구조는 다르니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 정도…? 어떻게 보면 상남자 같으나 여느 남자애들처럼 무던하지 않고 감성적인 하나밖에 없는 나의 아들.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어려운 존재이다.

아들은 신체 활동을 해줘야 뇌발달이 잘 이루어진다는 단편적인 내용만 뇌리에 강렬히 남아 퇴직 이후 매일 놀이터 출근 중이다. 극강 I인 나에게 최고로 두려운 장소이지만 항상 책임감과 해내야 하는 일이 최우선순위에 있기에 어떻게든 매일 나섰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친구에게 풀스윙 주먹을 날리는 아들을 보고 말았다.

어찌나 강렬한 기억인지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내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사이에도 둘은 주먹다짐을 했고, 달려가서 둘을 뜯어놓고 잔뜩 화나 있는 아이에게 왜 그러냐며 사과하라고 하는 동안 나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아들은 먼저 때린 친구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자기는 사과하지 않겠다며 저리 가버렸고, 쫓아가서 화해하고 헤어지자며 달래는 사이 친구는 집에 가버렸다. 자기는 나쁜 짓하는 친구에게는 참지 않겠단다. 누가 먼저든 때리는 순간 같은 사람이 된다고 말했지만 친구가 사과를 안 한다면? 난 뭐라 해야 하는가, 너라도 하라고 해야 하나 그만 말문이 콱 막혔다.

집에 와서도 엄마인 나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앞으로 그런 일이 또 벌어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너무 심난한데 아이는 다 잊고 헤헤거리며 재미있게 논다.

으악. 역시 육아가 제일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