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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un 15. 2023

포스트 퇴직

15년 만의 꿈 찾기

요즘 나는 정말 바쁘다. 주부로서의 집안일도 있지만 15년 만에 자아 찾기에 나서니 왜 이렇게 할 일들이 많은지.


직업이 아닌 나의 업을 찾자니 완전히 바닥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고등학생 시절 진로 찾을 때도 이 정도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것저것 해보느라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처음에는 불안이 컸는데 차츰 생각도 정리되어 가고, 차분하게 작은 목표, 큰 목표 등을 세워가게 된다. 다만 하나의 원칙이 생겼다.


‘재미없는 건 절대 하지 말자.’


재미없게 살아온 세월이 십오 년이다. 의무감과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은 많이 해본 것 같다. 기왕에 이렇게 그만두고, 여유 있어졌으니 돈벌이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평생 할만한 재밌는 일을 찾는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육아도 중요하고, 주부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사실 그것들이 내 퇴직의 목적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살려고, 그리고 되도록이면 재밌게 살아보려고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던가. 이제 재미없는 일은 싫다. 일 년 정도는 나의 가능성을 찾는 데 온전히 보내려고 한다.


‘그럼에도 오만 시간을 투자해야 전문가가 된다.’


공으로 유유자적 재미만을 추구하며 살겠다는 건 아니다. 분명히 업을 찾아, 즐기면서 돈벌이를 하는 게 최종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선 먹고 살만큼 돈벌이가 가능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내가 뭘 하게 되든 오만 시간을 투자할 노력은 필수이다.

내 삶을 위해서 나도 돈을 벌어야만 한다. 경제적 독립은 모든 성인에게 가장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를 위해주는 사람은 내 자신밖에 없다. 아이가 잘 커도 그건 철저히 아이의 인생이며, 집안이 너무나 화목하고 잘 굴러간다 한들 그게 내 행복을 전적으로 결정짓지는 못한다. 이제 나에 대해 그 정도는 알 것 같다. 내가 주부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일을 안 해보니 그거 하나는 잘 느껴진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 다시는 돈을 못 벌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 불안. 난 주부로 살 수 있을 재질의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각보다 금방 왔다.


여러 가지 생각나는 대로 해보고 싶은 것들은 모두 시도해 보려고 한다. 그러다 다 안 되면, 또 그때 취직이든 다른 길을 시도해 보면 되지 않을까.


한 번뿐인 인생, 이제 다르게 좀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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