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쟁이는 혼자 못 가

반려동물은 처음이지만, 잘 키워보고 싶어

by 채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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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낯가림이 조금 심하다. 다른 강아지한테도, 사람한테도 낯가림을 한다. "예쁘다."라는 말을 자기한테 하는 걸 알아서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면 조금 더 신경 써서 걷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언어가 다르더라도 자기를 예뻐하는지, 좋은 말인지 아닌지는 다 구별하는 것 같았다.


특히 말할 때 '어조'가 중요한 것 같다. "뭐 먹을까?"라고 물어보는 것도 낮은 목소리로 할 때와 높은 목소리로 할 때가 달랐다. 어조도 중요하지만 '자주 듣는 단어'를 알기도 한다. '산책, 간식, 맘마'와 같은 단어들은 낮은 목소리든 높은 목소리든 알아듣고 꼬리를 흔들고, 달라는 표현을 한다.


그건 그렇고 낯가림쟁이인 송이는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가 있으면 앞장서서 못 간다. 같이 산책하는 가족을 위에 사진처럼 빤히 쳐다보고 있는다. 아무도 없는 길이면 자기가 앞장서서 가고, 실컷 냄새를 맡고 마킹을 해놓고 오는데. 누가 있으면 일단 멈춰 서서 지켜본다. 그러고 그 사람이나 강아지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면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것도 상대 쪽과 마주치지 않게 아예 떨어져서 한쪽 구석으로 가서 걷는다.


행여라도 상대 강아지가 냄새를 맡으려고 막 달려오면 안으라고 난리가 난다. 같이 산책하고 있던 나든 엄마든 동생이든 안아달라고 앞다리로 막 긁는다. 그럴 때면 안고 몇 걸음 걷다가 그 강아지가 안 보이게 되면 다시 내려주곤 한다. 이때는 또 내려달라고 버둥거리느라 바쁘다.


산책을 하는 내내 송이의 낯가림과 피하기, 신나게 산책하기는 반복된다. 이 반복은 언제까지 되느냐? 송이가 산책을 하고 싶어 하는 때까지 유지된다. 산책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다 하고 나면 '집에 가고 싶다.'라는 표현을 아주 강력하게 한다. 바로 길에 앉아서 꼼짝 안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송이야 더 가자. 저기까지 가자."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내 산책은 여기까지'하고 자리에 앉으면 집으로 다시 가는 방향일 때까지 안 움직인다.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때서야 일어나서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가는 게 그렇게도 좋은지 먼저 막 달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오면 간단히 씻긴 후에 간식을 준다. 송이의 주된 간식은 '오이'이다. 수분 보충에도 좋고, 쿠싱증후군이 있어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이 극히 제한적인데. 그중에서도 오이를 잘 먹고 좋아해서 간식으로는 오이를 주로 챙겨준다. 오이까지 다 먹고 나면 이부자리에 엎드려서 쉬거나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난다. 이렇게 송이의 산책 루틴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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