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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담이 Dec 29. 2023

반려동물은 처음이지만, 잘 키워보고 싶어

첫 만남

 내가 대학생이었던 때의 일이다. 추운 겨울, 함박눈이 내리던 날, 하얀 눈송이를 닮은 하얀색 강아지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눈과 코는 새까맣고, 등에는 세로로 길게 갈색 털이 있었다. 온몸이 하얀 털로 뒤덮여 있는데, 등에만 갈색 털이 있는 게 신기했다. 발바닥은 아직 분홍색에 말랑거렸다.


 늘 가난했던 우리 집은 동물을 키울 수 없었지만, 분양비가 들지 않게 유기견을 데려오면 된다고 하였다. 동생이 데려온 강아지는 내 손바닥만 했다. 만지면 부서질까, 닳을까 싶어서 손가락으로만 겨우 살살 만질 수 있었다.

 “이름은 눈송이야.” 동생이 나와 엄마를 보면서 말했다.

 “왜 눈송이야?” 내가 동생을 보면서 물어보자 동생이 대답했다.

 “눈이 오는 날, 우리 집에 왔으니까.”

 “이름을 사람처럼 세 글자로 하면 못 알아들어. 두 글자로 바꿔야 해.” 엄마가 동생에게 말해주었고, 동생이 대답했다.

 “그러면 송이라고 해. 눈송이에서 눈은 빼고 송이.”

 “송이 귀엽다!” 나는 새하얀 강아지를 보면서 이름이 잘 어울린다며 좋아했다. 강아지는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고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낯선 공간을 천천히 탐색하던 강아지는 힘들었는지 동생 침대 위에 엎드려서 졸고 있었다. 모든 가족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서인지, 경기도에 있는 어느 유기견센터에서부터 우리 집까지 오는 길이 힘들어서인지 덜덜 떨면서 계속 졸았다.

 엄마가 이불과 안 입는 옷으로 강아지 집을 만들어놓으셨다. 강아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서 동생 방 한 귀퉁이에 마련해 둔 자리에 놓아주었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옷가지 사이로 들어가서 얼굴만 쏙 내밀고 엎드렸다. 졸리지만 집에 온 게 신기한지 동그랗고 까만 눈을 계속 이리저리 굴렸다. 강아지가 조용히 잘 수 있게 조용히 불을 끄고 나왔다. 강아지는 새로 온 곳에 적응이 안 됐는지, 아니면 바닥이 싫었는지 밤새 낑낑거렸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송이를 보러 갔다. 송이는 자기 자리에서 안 자고, 동생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동생은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일어나서 송이를 데리고 가라고 했다.

 “얘 밤에 계속 낑낑거려서 못 잤어. 데리고 가.”

 동생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밤새 못 잤는지 금방 잠들었다. 나는 송이를 한 손으로 조심히 들어 올려서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어제보다 조금 적응이 됐는지 거실을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집에 강아지 장난감이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무민 인형을 주었다. 무민 인형은 열쇠고리 인형인데, 강아지 몸집만 했다. 자기 몸만 한 걸 물어뜯고, 물고 뛰어다니고, 인형에 걸려서 넘어져도 다시 인형을 물어뜯고, 으르렁거렸다.

 송이는 신나게 놀고 나서 사료를 허겁지겁 먹었다. 허푸허푸 하면서 수영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사료를 다 먹고 나서 개껌까지 다 먹고는 못 앉아 있겠는지 옆으로 누워서 쉬었다. 조그맣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숨 쉬는 게 보였다.     

 송이는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사료 먹고 좀 놀다가 다시 잤다. 신생아처럼 하루 중 반 이상을 자면서 보냈다. 같이 놀고 싶어서 인형을 흔들거나, 삑삑거리는 장난감을 사 와서 삑삑거려도 잠깐 가지고 놀다가 장난감을 안고 잠들어버렸다.

 “송이도 아직 아기잖아. 태어난 지 1살도 안 됐으니까. 신생아 아기랑 똑같지.”

 엄마는 송이를 쓰다듬으면서 이야기해 주셨다. 엄마가 쓰다듬을 때마다 눈을 끔뻑 꿈-뻑 꾸-움-뻑 하면서 점점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늘었다. 송이는 엄마 품에 안겨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새끼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코로 숨을 쉬느라 피슝- 피슝-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송이가 잠든 사이에 이마와 등,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깊게 잠들었는지 아니면 너무 피곤한지 꿈쩍도 안 하고 코를 골면서 잤다.



 송이가 온 후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송이가 잘 때 조용히 하고, 송이가 깨면 온 가족이 송이를 보면서 같이 놀아주고, 강아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 내용을 정리하고, 엄마는 유튜브와 세나개를 보면서 공부하셨고, 동생도 유튜브를 보면서 서로 송이를 어떻게 키울지 이야기하였다. 반려견은 처음이지만, 잘 키우고 싶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으로 잘 지내고, 잘 커 줘 우리 집 막내 송이.     

 어느 날은 사료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가족들이 다 바빠서 사료를 챙겨주지 못했다. 송이는 가족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면서 멍! 하고 짖었다. 우리는 송이가 뭐 때문에 짖는지 몰랐는데, 송이가 멍멍! 하고 사료통을 쳐다봤다.

 “헉, 송이 맘마 안 줬어?!”

 얼른 사료통을 꺼내서 송이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주었다. 송이는 그릇에 코를 박고 사료를 허겁지겁 먹었다. 사료를 얼마 안 씹고 컥컥거리면서 막 삼켰다. 다음부터는 바빠도 송이 사료를 꼭 챙겨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음 날이 되어서 제시간에 사료를 챙겨주어도 송이는 허겁지겁 사료를 삼켜버렸다. 삼키다가 목에 걸려서 캑캑거려도 기침하고 나서 또 사료를 삼켰다. 사료를 천천히 먹으라고 한 알씩 주어도 삼키고 또 달라고 앉아서 기다렸다. 엄마와 같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강아지가 사료를 안 씹고 삼켜서 계속 목에 걸리는데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다. 수의사 선생님이 송이를 살펴보더니 괜찮다고 하셨다. 우리는 송이가 밥을 안 먹거나, 갑자기 토하거나, 잠을 안 자고 계속 놀거나 평소와 다르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찾았다. 다행히도 병원에 갈 때마다 송이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앞으로도 어디 안 아프고 잘 크자, 우리 집 막내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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