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의회 민주당 의원 3명의 단식은 14일로 끝났다. 복통으로 9일째에 구급차에 실려간 의원 하나를 제외하고, 두 명의 의원이 단식을 마무리했다. 열흘이 지나자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이 걱정의 목소리를 보탰다. 어느 당 지지자든 상관없이 단식은 끝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단식까지 하느냐는 말들이 섭섭치 않았다. 안성시의회 다수당의 폭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의 시위도 이어졌다.
국민의힘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서로의 입장차는 좁혀지는 듯하다가도 멀어지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갔다. 국민의힘은 우리의 단식이많이 부담됐는지, 그 뜨거운 단식농성장으로 몇 번을 찾아왔다. 하지만 모 의원이 협상장에 와서 사람이 열흘을 넘게 굶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뭘 먹으면서 하는 거라는 식의 막말을 해댔다. 기가 막혔고, 민주당은 협상 타결 전제조건으로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가장 많은 분란을 일으키던 그 의원은 당연히 사과하지 않았다. 그렇게 협상은 물 건너갔다.
협상장에 와서 면전에서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이가 있다는 건 놀랍다.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긴커녕 발길질하는 것과 같은 몰상식이자 폭력이다. 워낙에 그런 사람이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참 머리도 나쁘다. 시민들이 입을 모아 그 몰상식을 성토했다. 사실 협상을 위한 우리의 요구안은 내놓기 부끄러울 만큼 매우 상식적인 것들이었다. 누군가 이런 걸 관철시키겠다고 단식을 하는 거냐고 반문할 만큼 노멀했고, 그것은 결국 안성시의회가 그 정도로 비상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 막말이 가능한 분위기라는 것이 단적으로 이를 방증한다.
안성 종교계 대표자분들과 최혜영 국회의원이 함께 인도적 차원의 단식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안성의 불교, 천주교, 기독교를 대표하는 분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단식중단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위에서도 단식중단을 희망하는 안성시민의 서명을 받았는데하루만에 1천명을 넘었다. 우리는 결국 시민사회의 요구로 단식을 중단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출구는 시민이 열어주었던 셈이다. 단식 중단을 발표하는 날, 비가 많이 쏟아졌다. 긴 입장문을 읽고 나는 목멘 목소리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의원 배지를 평소에 잘 달지 않습니다. 단 하루도, 의원 된 것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바로잡아주십시오. 기댈 곳은 시민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단식중단하던 날, 기자회견
기자회견이 끝나고 남편의 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14일 단식을 했다고 하니 의사는 함께 온 남편을 의심했다. 감금이나 폭행을 당했느냐는 질문이 건너와 우스웠다. 소변검사, 혈액검사, 심전도검사를 했다. 수액을 다 맞을 때쯤 의사가 와 검사결과를 전했다. 탈수가 너무 심하고 케톤수치도 높아 조금만 더 했으면 장기손상으로 투석까지 해야 했을 거라 했다. 말이 무서웠다. 쭉 저혈당이었던 몸은 수액이 들어가고 미음이 들어가자마자 생기가 돌았다. 충실히 2주를 견뎌준 몸에게 감사했다. 몸무게는 9킬로그램 넘게 빠져있었다.
단식하던 중 보건소에서 나와 혈압과 혈당을 체크했다. 70 이하면 저혈당이고 쭉 저혈당이었다
진실로, 의회에 앉아 자괴감에 시달리는 것보다 단식농성장의 천막 아래가 마음이 더 편했다. 적어도 부정한 것들을 보고도 무기력하게 있을 뿐인 의원은 아니라는 인정을 받았고, 많은 시민들이 안성시의회의 난맥상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 또 단식 후 민주당 시장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소통이 시작됐고 이후 국민의힘의 비상식이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물론 아직도 심하긴 하지만 나름의 성과들이 있었고 그것이면 족했다.
그렇게 생애 최초의 단식은 끝났다. 단식을 통해 사회의 벼랑 끝에서 저항하는 이들의 마음을 좀더 이해하게 된 듯하다. 1년 넘게 고공농성을 하던 노동자들, 수십 일 단식을 하던 스님, 땡볕 아래서 일 년을 하루처럼 피켓시위하는 사람들. 약자의 저항수단은 타인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일 수밖에 없음을 알겠다. 공동체와 사람의 양심에 기대는 그 비폭력적인 저항은 그래서 선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또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이즈음 대한민국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이것으로 [의원 중 가장 만만한 기초의원 이야기] 1부를 묶어야겠다. 이제 조금 더 짧고, 조금더 친밀한 이야기로 돌아갈까 싶다. 어깨에 그렇게 힘 빡주고 살아갈 일이 없는 듯하다. 받아들이고 이해해가며 좀더 편안하게, 그렇게 또 가보겠다. 오늘로 행정사무감사가 끝난다. 좀 신난다. 주말에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