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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희 Jan 09. 2023

기초의원이 뭐야?  

[의원 중 가장 만만한 기초의원의 은밀한 이야기] -1

지난해 6월, 안성시의원에 당선됐다.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기호는 가-번이었다. 출마와 당선이 약 한 달 사이에 콩 볶듯이 이뤄졌다. 내가 작정해서 시작된 일은 아니고 어떤 인연과 예상치 못한 힘이 작용했다. 어쨌든 당선이 됐고, 당선돼서 좋은 점은 고향의 노모가 안심했다는 것 정도. 주민소환제 대상이 돼서 잘리지 않는다면 4년 간 직업이라고 할 게 생겼다는 것 정도다.     


나는 기초의회 의원이고, 사람들은 정치인이라 여기기도 한다. 반년 정도 해보니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지방자치 노동자’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정상적으로 의원직을 수행한다면 3D업종에 속한다. 주말을 따로 챙길 수 없을 정도로 할 일이 매우 많고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욕먹기 아주 좋다.       


우리나라에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정치인이라고 칭해지는 자들은 대표적으로 300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또 광역시의원과 도의원이 있고, 그 다음에 시군구의원(기초의원)이 있다. 여기에 도나 시의 비례의원들도 포함된다. 어쨌든 이 부류는 법과 조례를 담당하는 입법 쪽 종사자들이고, 행정 쪽 종사자들은 최상위 포식자 대통령, 그 다음 광역시장과 도지사, 그 다음으로 시장, 군수, 구청장이 있다고 하겠다.      


저 명패를 언젠가는 한번쯤 던져봐야 할 텐데...


지난해 6월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의원은 2,987명 정도다. 그러니 일상에서  기초의원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을 흔히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 지역구를 예를 들어보겠다. 3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안성시 다선거구는 8개의 동과 면이 포함되고, 면적으로 따지면 놀랍게도 서울시 면적의 반쯤 된다. 내 지역구의 유권자는 64,331명에 달하고, 이 숫자는 4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44명씩 만나야 다 만날 수 있는 숫자다.    

      

정치혐오도 있겠다, 기초의원 수가 많은 것도 아니겠다, 그러하니 기초의원이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4년이 지나도 내 동네의 시의원, 구의원, 군의원이 누구인지 알 바가 아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기초의원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도무지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인지 좀 써보려 한다.


실상 나도 정치인을 싫어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정치인은 왠지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것 같고, 철판을 깐 것 같고,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다가서고, 자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 같았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래도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약하고 무용한 것들을 애정'하는 마당이니 정치인에게 호감이 갈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가뭄이나 추위에도 까딱없는 개량종이나 외래종 식물 같았다. 산 것인데 마치 플라스틱으로 찍어낸 듯한...  


그런데 이제 내가 그런 부류가 됐으니 이것은 무슨 조화일까 생각한다. 삶이 내게 무엇을 배우라고 이 길을 열었는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길은 열렸고, 적어도 선거운동 하며 시민께 머리를 조아리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4년 임기 동안은 죽으나 사나 열심히 할 일이다. 내 적성과 취향은 개나 주고, 천형이니 하며 뚜벅뚜벅 갈 일이다.      


나는 40대 여성으로, 한 남자의 아내이고, 직장 다니는 딸아이의 엄마다. 글 쓰는 알량한 재주로 여기까지 살아남았으니, 기초의원의 일도 글 쓰는 일로 풀어볼 작정이다. 내가 정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인류 역사에 정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고, 사람이 세 명만 모여도 일상의 정치는 시작된다. 그러니 정치를 제대로 알아서 제대로 구동되게 만드는 일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는다면 청년층에 정치입문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선거 때 치열할 뿐, 실상 젊은층에서 정치는 매우 블루오션으로 보인다.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유리할 것이다.      


내 글이 이 악다구니의 세상에 소음을 보태는 일은 아니기를 희망한다. 어디서도 들은 적 없었을 기초의원의 속살을 성의껏 풀어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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