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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희 Jan 19. 2023

시의원 월급은 얼마야?

[의원 중에 가장 만만한 기초의원 이야기] - 넷

지난달 내가 시의원으로서 받은 월급, 즉 지방자치 노동자로서 받은 임금(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은 328만원이었다. 세후... 기초의원 임금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22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는 연봉 5,252만원 수준인 서울시 강남구라 했고, 가장 적은 곳이 경북 고령군으로 3,259만원 수준이라 한다. 안성시는 그 사이쯤 되겠다.


의원월급 328만원


많은가, 적은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의원인데 고것밖에 안 받아?”이다. 무려 '의원씩'이나 되니 월급도 많이 받지 않을까 짐작하기 때문이리라. 유감을 표해야 하나? 아니면 그래도 직장인 평균연봉은 간신히 넘기는 듯하니 감사해야 할까? 어쨌든 실상은 그러하다. 지방행정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13% 수준이라고 한다. 거의 낙제점. 그러니 월급 적다고 징징거렸다간 욕 먹기 딱 좋다. 올해 안성시의원의 월정수당 인상률은 1.4%다.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따랐다.  

 

내 지역구는 2개 동에 6개 면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놀랍게도 서울시 전체면적의 반쯤 된다. 행사 참석하려면 그런 공간을 종횡무진 다녀야 해서 기름값도 솔찬하게 든다. 회비 낼 곳도 많다.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인 직업이니 당연히 활동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니 기초의원 되면 돈도 벌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의원님' 소리 들으며 다니니 어깨며 목에 시나브로 힘들어가는데(그렇게 안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그게 참 허울만 대단하다.      


이즈음 개인적으로 소비가 시나브로 줄었다. 까닭이 뭘까 생각해보니 놀라웠다. 가계의 경제가 넉넉하진 않다는 생각이 부지불식 간에 나를 지배했던 것이다. 노후를 위해 곳간에 뭔가 쌓이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없으니 지갑을 잘 열지 않게 된 것. 며칠전엔 장어집에 갔다가 장어 한 조각의 가격을 계산했다. 일반적인 장어집이었는데 한 입에 들어가는 그 장어 한 조각이 실제로 2천원이 넘는다는 걸 깨달았다. 농담 삼아 그 얘기를 떠들었더니 맛있는 거 먹는데 구질구질한 얘기나 한다는 핀잔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각종 의원님들의 계급 차이


각종 의원들이 있는데, 의원세계의 임금 차이는 확연하다. 앞서 기초의원의 연봉에 비해, 광역 시도의원의 임금은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의원은 다시 광역 시도의원의 연봉의 2배쯤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계급 차이가 명확한 의원세계라 하겠다. 기초의원의 배지는 잃어버리면 의회에서 그냥 다시 하나 던져준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배지는 돈 주고 사야 한다. 한 개에 2만5천원쯤 되는 것으로 안다.

      

돈의 기본 생리는 돌고 돈다는 것이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갈 때 돈은 돈으로서 기능하고 완성된다. 그런데 돈이 돌자면 당연히 사람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야 한다. 지갑이 얇으면 돈은 확연히 소심해져서 어딘가로 건너가기를 꺼려한다.  


이즈음 임금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럴 때 평균적인 사람들의 임금은 서로 연대해야 오를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전체 노동자 임금의 상승압박이 커진다. 또 대다수 임금노동자의 월급이 올라야 자영업자의 소득도 늘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없는 사람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겨 눈을 가리는 일이 많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이 다 죽어나간다는 얘기가 그렇다. 이 논란은 이제 그만 지겹다.


임금에서의 연기설


본질은 그렇다. 쟤 월급이 늘어야, 내 월급도 늘어나고, 내 월급이 늘어야 우리 동네 치킨집 매출도 늘어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자영업의 주된 고객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다. 우리 동네 휴대폰 부품공장 월급이 올라야 그 공장 다니는 사람들이 치맥을 많이 먹고, 치킨집 알바생 임금이 올라야 그 알바생의 휴대폰 교체주기도 짧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 단순한 이치를 언론은 많이도 꼬아서 헷갈리게 만든다.       


젊은층 사이에서 직업으로서의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한다. 왜 아닐까. 9급, 8급 공무원일 경우, 한 달 이백만 원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물건의 가격이 치솟는 이즈음, 하위직 공무원들의 월급은 그 무지막지한 질주 앞에서 무참하다. 실상 젊은 공무원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셈이다. 모두 똑같은 1.7% 비율로 인상되는 월급은 얼핏 평등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적게 받는 사람의 임금은 더 적게 오른다. 이런 건 왜 안 고치나? 나는 공무원이 아니고 내 자식도 공무원이 아니지만, 의회와 시청에서 이리저리 종종거리는 젊은 공무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다. 그나마 9급 초임 공무원 임금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인 5%를 따른다고 한다. 그래봤자 너무 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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