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지 일주일 뒤, 넌 다른 남자의 손을 잡았지.
나의 첫사랑을 잊을 수 없던 이유는 '증오' 때문이었다.
첫사랑이란 단어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의 첫사랑은 운 좋게도 연인관계까지 경험해 볼 수 있어 처음으로 열렬히 사랑해 봤고, 그만큼 증오해보기도 했다. 오늘은 나의 첫사랑이 증오의 모습이었지만, 이젠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써보려 한다.
당신의 첫사랑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나 같은 경우 하늘에서 ‘너는 이 아이와 만나야 해’라고 결말이 있는 것처럼 여러 사건들이 있었고, 결국 연인관계가 발전되었다.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은 야속하게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당시 연인 간에는 서로 애정표현(예쁜 말이나 행동)들을 '계속 주고받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난 첫사랑에게 많은 애정표현을 했지만, 그 친구의 반응은 나의 기준만큼 미치지 못했었다. 그래서 미치지 못한 애정들을 채우기 위해 난 애정을 주는 사람에서 ‘애정을 구걸해야 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너, 나 안 좋아하지..?"
"아냐~ 내가 왜 안 좋아해~ 좋아하지!"
처음엔 상대방 입장에선 귀엽게 봤을 수 있지만, 이것이 만나는 기간 내내 반복되었다는 걸 상상해 보자. 나 같아도 좋았던 감정이 진작에 날아갔을 거다. 점차 지쳐갔던 첫사랑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고, 결국 이별을 고했다. 이야기가 여기까지였다면 아련한 첫사랑으로 기억됐겠지만, 이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학교 다른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본 순간, 나의 첫사랑은 증오로 얼룩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건
양쪽 다 힘들어지는 일이란 걸 인정하게 되다.
시간은 흘러 그 당시엔 감정에 갇혀 있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마다 사랑을 주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나와 첫사랑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당시의 내가 사랑을 준다는 의미는 먼저 준 사랑을 다시 받기 위해, 대출을 해주는 거 같았다.
내가 어쩌다 사채업자처럼 애정을 빌려주고, 다시 받기 위해 독촉하는 개념으로 사랑하게 되었을까? 과거 풋사랑의 연애라 하더라도, 난 좋아하는 상대방이 생기면 아무 조건 없이 잘해주게 되었다. 즉, 호구였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좋게 받아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떠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나 전보다 더 잘해주면 나를 떠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또 버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때 상대방에게 돌아오는 말은 “너는 너무 좋은 사람인 거 아는데,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혹은 "좀 재미없어”와 같은 대답들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내가 선택한 방식이 위와 같은 모습으로 변질되었다.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예방 접종과 같다. 지금도 더 배워가야 할 것이 많지만, 보다 성숙해진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하고픈 몇 마디를 남긴다.
"사랑은 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줘야 하는 거야. 그리고 상대방은 처음 네가 얼마나 사랑을 줄 수 있을지 몰라. 서서히 늘려간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너를 비난할 수 없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방은 너를 떠나지 않아,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를 만나고 있는 상대방을 믿어봐. 너는 사람을 잘 믿기도 하지만, 반대로 잘 못 믿는 부분들도 있는 거 같더라.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너와 교제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비록 너의 첫사랑이 표현은 서툴렀지만, 너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더라. 애석하게도 너의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던 것뿐이지, 뒤에서 많이 티 내고 있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