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셋이서 함께
일주일 가량 남편이 중국 출장을 떠났다. 새벽같이 떠나는 남편을 배웅해주지 못할 것 같아(그 날 아침 일찍부터 나는 나대로 다른 일정이 있었다) 남편 지갑 사이에 편지를 남겨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 잠결에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아침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을 나서니 현관에 세워 둔 노란 캐리어가 없다.
아이 아침을 챙겨주려고 부엌으로 들어서는데 식탁 위에 a4 용지 하나가 보인다. 남편의 편지다. 내 편지에 대한 답장인가 했더니 아이와 내게 보낸 저만의 편지다. 우리 둘만 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우는 것이 내심 마음 쓰였던 걸까. 길게 늘어선 단어들에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 곁에 덩그러니 놓인 현금 오만 원 한 장. 함께 쓰는 생활비가 아닌 남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늘 고맙고 귀엽다. 돈의 사용만 두고 보자면 이체를 해 주거나 카드를 주는 편이 훨씬 더 편리하겠다만, 때때로 이렇게 현금을 꺼내어 보이는 과정에는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안다.
이내 까치집 지은 머리로 나를 따라 나온 아이가 아빠의 편지를 발견한다. 아빠의 공백을 못내 아쉬워하던 아이는 오만 원 지폐 한 장에 눈길을 돌리며 씨익 웃는다. “엄마, 그럼 우리 파스타 먹으러 가자!” 아이도 평소 느끼한 것을 즐기지 않는 남편의 식성을 잘 안다. 아빠가 없을 때, 우리 둘이서 먹는 메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탈리안 음식이다. 한동안 아빠랑 못 논다고 아쉬워할 때는 언제고, 예상치 않은 돈 오만 원에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그러마 약속은 했지만 이래저래 계속 단 둘이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오늘, 모처럼 단 둘이 보내는 저녁.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침부터 아이는 다시 한번 더 오늘 저녁 메뉴는 파스타라고 당부하고 등교했다. 곧 저녁 식사 시간이다. 우리 둘, 좋아하는 이탈리아 식당까지 산책 삼아 자분자분 걸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신발장에 남아있는 신발을 보며 남편 생각을 한 번 더 한다. 비록 몸은 곁에 없어도 마음만큼은 온전히 우리와 함께인 법을 확실히 아는 사람. 그의 곁에도 지금 우리 둘의 마음이 함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