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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눈에 밟히는,

세 번째 교환독서: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by 밤비


옥대장님께.


파란색 펜을 들고 처음 읽기 시작한 날짜와 제 이름을 썼습니다. 다음 번 이 책을 읽을 옥대장님을 떠올리며, 저와는 비슷하게 또는 다르게 읽을 모든 시간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책 안에 남긴 파란 펜의 흔적들에서 느끼실 수 있겠지만, 저는 거듭 아픈 마음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흉내내는 것과 진짜 그렇게 사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요. 왜 어떤 이는 홀로서기에 실패하는 걸까요. 다른 사람과의 유대가 왜곡된 사람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를 진정 좋아한다는 건 뭘까요.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요. 실패와 고난 앞에 무너지고 도태하는 사람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그저 청소년 문학의 일종일 거라 미루어 짐작한 저에게는 다소 묵직한 소재의 책이었습니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연속해서 쏟아지는 동안 ‘아픈 마음‘에 대해 자꾸만 고민했습니다. 읽는 내내 그런 마음들을 피할 수 없었어요. 이야기 안에서 비틀리고 반복되는 감정들이 혹시 나에게도, 혹은 우리가 스쳐온 누군가에게도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다 지나간 일은 아니더라고요. 누군가의 상처는 그때 멈춰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처를 밟고 겨우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습니다.


옥대장님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시려나요. 저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멈추실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장에서 오래 머무르실 수도 있겠지요. 그 차이가 저는 늘 흥미롭고 기대되고 또 고맙습니다. 옥대장님과 이렇게 책으로 이어지는 순간마다 제 마음은 절로 단단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연필로 사유를 써내려간 적은 있지만 펜은 처음이에요. 파란 펜으로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제 마음의 결이 조금은 분명히 드러날 거예요. 서툴지만, 숨기지 않은 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옥대장님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저의 생각과 옅은 감정들이 한 번쯤 스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제 손을 떠난 이 책은 옥대장님 품에 있습니다. 함께 읽는다는 게 이런 감각이라면, 저는 계속해서 책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이 책도 함께 읽을 수 있어 몹시 기쁩니다. 다정하게 읽고 나누어주세요. 기다릴게요.


밤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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