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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Mar 13. 2024

우리 학교 나무 다시 보기

#시 쓰는 교실

시 쓰기를 좋아한다. 

아니 사실은 직접 쓰는 것보다 

아이들이 쓴 시를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모처럼 햇살이 따뜻하길래 시 쓰기 전 우리 학교 나무들을 살피러 가기로 했다. 

교실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부산해진다. 

마음이 들뜬다.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나무는 무엇일까? 선생님은 목련이야. 

나뭇가지 끝마다 초연히 달려있는 목련을 봐야지만

아~ 이제 봄이구나! 하는 거야. 봄의 시작인 셈이지. " 


하늘 속으로 수직선을 쭉 뻗어 올린 목련가지를 보며, 

그 끝에 달려있는 꽃눈을 기대한다. 

활활 타오르기를. 그러한 마음을 아이들과 나누었다. 


사철나무를 보며, 왜 사철나무의 의미와 잎눈도 살펴보고

그늘에 있는 산수유와 햇빛을 잔뜩 받고 있는 산수유를 비교해서 관찰했다. 

감나무의 수피가 얼마나 비늘 같은지 보았고, 

등나무가 얼마나 몸을 베베 잘 꼬는 지도 보았고, 

매화가 예쁜 색의 꽃눈을 웅크린 채 얼마나 햇빛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보았다. 

함께 보지 않았으면 보지 않았을 장면들을 아이들은 처음으로 눈에 담았다. 

우리 학교에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있는지 놀라워했다. 


교실로 돌아와 시를 쓴다. 다음 주에 작품으로 만들어 낼 시화의 초안을 작성했다. 

쉬는 시간까지 아이들의 시를 점검해 주고 함께 시어를 고민하느라 목은 아팠지만 

아이들에게 감동적으로 남겨주고 싶은 봄풍경이었다. 


알고 있니? 

무언가 열중하고 있을 때 너희가 얼마나 기특해지는지. 

시 쓰기를 낯설어하면서도 도전하고 있는 너희들이. 

"잘했어. 너무 좋아."라는 대답을 들으면

씨익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너희들이. 

오늘은 참 괜찮아 보였단다. 


이제 앞으로도 쭈욱~~~~~ 시 함께 써볼래? 


이렇게 나의 책쓰자 꼬시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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