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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Mar 21. 2024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다면 나는 행복할까? 

어쩌면 그 능력을 썩히기 어려워서 더 많은 일을 감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많이 알 테고, 더 많이 느낄 테고, 더 많이 보고 행동할 텐데

그 능력에 맞추어 내 마음까지 큰 내가 되어 살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아이들은 어떨까?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는 실과시간에 함께 가족영화를 보다가 '초능력'이라는 글감을 던져주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내가 어렸을 적 그것과 닮아있었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 전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으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엄마에게 혼나기 전으로 돌아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기회가 생겼으니.

똑똑해지고 싶다. 공부하지 않아도 시험문제를 척척 잘 풀어낼 수 있도록.

늙지 않는 약을 개발하고 싶다. 우리 엄마 아빠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도록. 


열세 살의 마음으로 담은 초능력은 시험과 가족과 친구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아이의 글을 발견했다. 




'나도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영화처럼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면 

네가 아플 때 금방 갈 수 있었을 텐데.

또는 시간을 조종할 수 있다면 

너랑 같이 산책했을 때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우리 구름이가 먹고 싶은 거, 가지고 싶은 장난감 다 사줄 텐데.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걸.

있을 때 더 잘해줄걸.

좀 더 같이 있어줄걸. 


굳이 친구랑 놀겠다고 챙겨주지 않아서 미안해.

마지막에 옆에서 이름도 못 불러주고. 


만약 나에게 정말 초능력이 생긴다면 

너를 처음 만날 때로 돌아가 훨씬 사랑해 주고 놀아줄게. 


꼭, 곁에 있어줄게. 





모두, 초능력을 상상하며 마음이 들떠 있을 때, 

아이는 후회의 순간을 생각해 냈다. 

열세 살의 아이는 

서른세 살의 깊은 마음을 품고

그리움과 사랑과 후회와 다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이를 칭찬하고 꼭 안아주는 것뿐이었다. 


얘들아! 

우리는 어쩌면 이미 초능력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 얼마나 감사하니! 

얼마나 소중하니!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는 글쓰기가 참 좋다.

만약 내가 능력을 선택할 수 있다면

꼭 필요한 상황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건네줄 줄 아는 능력을 선택하고 싶다. 

그럼, 더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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