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교실
시 쓰기를 좋아한다.
아니 사실은 직접 쓰는 것보다
아이들이 쓴 시를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모처럼 햇살이 따뜻하길래 시 쓰기 전 우리 학교 나무들을 살피러 가기로 했다.
교실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부산해진다.
마음이 들뜬다.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나무는 무엇일까? 선생님은 목련이야.
나뭇가지 끝마다 초연히 달려있는 목련을 봐야지만
아~ 이제 봄이구나! 하는 거야. 내 봄의 시작인 셈이지. "
하늘 속으로 수직선을 쭉 뻗어 올린 목련가지를 보며,
그 끝에 달려있는 꽃눈을 기대한다.
활활 타오르기를. 그러한 마음을 아이들과 나누었다.
사철나무를 보며, 왜 사철나무의 의미와 잎눈도 살펴보고
그늘에 있는 산수유와 햇빛을 잔뜩 받고 있는 산수유를 비교해서 관찰했다.
감나무의 수피가 얼마나 비늘 같은지 보았고,
등나무가 얼마나 몸을 베베 잘 꼬는 지도 보았고,
매화가 예쁜 색의 꽃눈을 웅크린 채 얼마나 햇빛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보았다.
함께 보지 않았으면 보지 않았을 장면들을 아이들은 처음으로 눈에 담았다.
우리 학교에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있는지 놀라워했다.
교실로 돌아와 시를 쓴다. 다음 주에 작품으로 만들어 낼 시화의 초안을 작성했다.
쉬는 시간까지 아이들의 시를 점검해 주고 함께 시어를 고민하느라 목은 아팠지만
아이들에게 감동적으로 남겨주고 싶은 봄풍경이었다.
알고 있니?
무언가 열중하고 있을 때 너희가 얼마나 기특해지는지.
시 쓰기를 낯설어하면서도 도전하고 있는 너희들이.
"잘했어. 너무 좋아."라는 대답을 들으면
씨익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너희들이.
오늘은 참 괜찮아 보였단다.
이제 앞으로도 쭈욱~~~~~ 시 함께 써볼래?
이렇게 나의 책쓰자 꼬시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