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평일 사이에 빨갛게 끼어있는 공휴일은 얼마나 행복한 날인지.
오랜만에 친구들과 브런치를 했다.
브런치스토리에 어제의 브런치 스토리를 이야기해 봐야지~
"지난주에 서울로 장례식장을 다녀오던 길이었어. 전철을 타고 오산까지 내려오면서 주위 사람들이 뭐하는지 둘러보았는데, 세상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거야."
"이젠 놀랍지도 않지. 자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런데 딱 한 명만 책을 읽고 있었어."
나는 모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편이다.
읽든 읽지 않든 책과 메모리와 볼펜을 넣어서 다니는 습관은 꽤 오래된 습관이었다.
독서를 너무 좋아서 라기보다는, 버려지는 시간이 아까워서가 주된 이유인데,
요즘은 정말 가방이 무겁게 들고만 다니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와 쇼츠는 나의 최대의 약점이긴 하다.
계속,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대학생 정도일 거야. 두꺼운 교양서를 읽고 있는데, 그냥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읽고 있는 모습이었어. 운동을 좋아하는지 탄탄해 보이는 몸에 통 넓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제법 깔끔해 보였어.
그리고 보통 남자아이들은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잖아?
그런데 이 청년은 정말 딱 바르게 앉아서 책을 읽더라니까.
마지막 결정적인 것은, 흰 운동화를 신었는데 정말 깨끗한 거야.
그 청년을 바라보며 말을 걸까 말까 엄청 망설였어."
"왜? 아줌마가 무슨 말을 걸려고.."
"아니~ 이 청년에게 묻고 싶은 거야. 혹시, 과외 안 하나요?
우리 아들 과외 좀 할래요?"
마음에 꼭 드는 청년을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나왔다.
친구는 아들로 인해 고민이 참 많다.
공부를 시키려는 게 아니고, 괜찮은 형을 소개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교양서를 읽는 데다가 운동을 좋아하는 그리고 신발까지 깨끗하게 완벽한...
겉모습을 보고 섣불리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책과 탄탄한 몸 그리고 깨끗하게 유지된 흰 운동화라면... 괜찮을지도?
결국 끝내 말을 건네지 못하고 전철에서 내린 순간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첫인상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처음 볼 때 나는 어떠한 기준으로 인상을 결정했었나?
생글생글 웃는 얼굴.
과하지 않은 단정한 옷차림과 눈이 잘 보이는 헤어스타일
이왕이면 라운드 티셔츠보다는 셔츠나 카라가 있는 티
가방에 들어있는 소설책 한 권
의자에 앉을 때 구부정하지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자세.
그냥 상상해 보았다.
그런 모습이라면 대화할 때 호기심을 갖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하도 인상을 써서 미간에는 주름이 있고,
편하게 입은 옷차림에,
내 주변 여기저기 책은 펼쳐져 있다.
게다가 점점 구부정한 자세로 거북목이 되어가는 시점
에잇, 내 인상이나 잘 살피자.